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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20대 분량 구호품 가자지구 들어간다...230만 명 생존 위기 해소할까

입력
2023.10.19 18: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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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라파 통해 전달하기로
하마스가 빼돌릴 가능성 우려해
일단 난민 규모 비해 적은 수준만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난민캠프에서 물을 받으려는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난민캠프에서 물을 받으려는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10일 넘게 폐쇄됐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문이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미국이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 통로를 통해 물,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을 실은 트럭 최대 20대를 들여보내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다. 인구가 23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전면 봉쇄로 고사 직전에 처한 가자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부족한 물량이지만, 인도적 지원을 시작할 계기는 마련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협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귀국길에 전했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물품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개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파괴한 인근 도로를 먼저 고쳐야 하는 탓에 구호품 반입까지는 며칠이 걸릴 전망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르면 20일에 반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하루 평균 약 100대의 구호 트럭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여기에 비춰 보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지만, 이는 일종의 시험대다. 미국과 이집트는 우선 20대의 트럭을 들여보내 구호품이 민간인에게 무사히 전달되는지를 확인하고 추후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압수하거나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끝”이라면서 “그것이 내가 한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가자지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 및 구호 물품이 실리고 있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가자지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 및 구호 물품이 실리고 있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라파 통로 인근에는 가자지구 진입을 기다리는 200대 이상의 구호 트럭이 대기 중이라고 아랍권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 북시나이 지부가 전했다. 라파 개방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가자에 갇혀 있는 외국인, 팔레스타인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이중국적자들의 탈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이들을 위해 라파 통로를 열기로 미국이 이집트·이스라엘 등과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무산된 바 있다.

가자지구는 식량과 물, 연료가 바닥나면서 생존의 극한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에 의한 난민만 100만 명이 넘지만, 봉쇄 조치로 밖으로 나갈 길은 막혔고 외부의 도움도 끊긴 상태다. 매일 부상자는 늘어나는데 전력 고갈로 병원마저 폐쇄 직전이다. 가자지구 알아크사 병원의 한 의사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어떤 환자를 죽게 할지를 선택해야 했다”라고 처참한 환경을 전했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사이로 무기가 밀반입되거나 하마스가 구호품을 빼돌릴 상황을 극도로 경계한다. 구호품 목록에 연료는 포함되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은 물, 식량, 의약품의 반입만을 허용했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방송은 “구호 트럭 20대는 인도적 상황 개선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절실히 필요한 지원이 이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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