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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미국과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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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긴장이 심화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9월 22일 중국과 영토분쟁지인 스카버러 암초 부근에서 중국이 설치한 부유식 장애물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를 '대담한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중국은 '영토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로 비난했다. 지난 2일부터는 필리핀,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가 필리핀 루손섬 남부 해안 지역에서 1,800명이 참여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2주간 실시했고, 중국은 남중국해 실전 군사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중국과 필리핀의 신경전은 수십 년째 지속된 이슈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필리핀이 6년 만에 합동 '해양 순찰(maritime patrol)'을 연내에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집중 조명받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과 2014년 체결한 '국방협력 강화협정(Enhanced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으로 필리핀 군사기지 5곳에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필리핀이 2023년 2월 미국에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개방했고, 이 중 3곳은 대만과 가까운 거점에 위치한다. 미국은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역에서 합동 해양 순찰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어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적인 일본과 호주도 미국과 필리핀이 수행하는 해양 순찰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영토이익을 '핵심 이익' 중 하나로 간주하는 중국이 상황 전개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해양 순찰 합의와 일본과 호주의 참여 의사 표명은 큰 틀에서 미국 등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국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가 해양안보 영역에서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쿼드는 2022년 제3차 정상회의에서 '해양상황인지(Maritime Domain Awareness, MDA)'를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ndo-Pacific Partnership for MDA)'을 발족시켰다. 유럽도 '유럽연합 광역 인도양 주요 해로 기구(Critical Maritime Routes in the Indian Ocean, CRIMARIO)'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상황인지' 능력 배양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년 12월에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역내 해양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우리도 미국이나 필리핀으로부터 합동 해양 순찰 참여를 요청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요청받는다면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외교·안보의 지평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넓히기 위해 참여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국이 우리의 참여를 비난할 수 있으나 우리는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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