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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 "이스라엘 폭격에 4층 건물 무너져 40명 몰살...이 땅 지킬 것"

입력
2023.10.19 15:31
수정
2023.10.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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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 19일 CBS라디오 인터뷰
"피란길 돌아와... 주민 대부분 남아있어"
지하드 오폭? "이스라엘이 늘 해온 수법"

1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

1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

이스라엘의 봉쇄로 전기와 물 공급 등이 차단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이 가옥, 학교, 병원 가릴 것 없이 폭격하고 있다"며 "피란민 차량 행렬도 폭격을 당하면서 모든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자녀 셋을 키우는 평범한 40대 가장이라고 밝힌 모하메드(가명)씨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일부가 남부로 피란을 갔었는데 가는 길에 공습을 받아 되돌아왔다"며 "거의 모든 가자지구 주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20여 년간 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있는 최후 거점 도시이다. 지상군 투입을 고려 중인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가자시티 등 가자지구 북부의 팔레스타인 주민 110만 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통보했다.

모하메드씨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3만 채 가옥이 파괴가 됐다"며 "아이들이 잠든 와중에도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가옥에 폭격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30~40명이 사는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그 안에 있던 민간인이 몰살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가자지구에는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긴 지 9일째다. 모하메드씨는 "지하수 시설 몇 군데와 국제구호단체 지원을 통해 물을 공급받아 아껴 쓰고 있고, 전기는 태양열로 극소량을 쓰고 있다"라며 "통신이 거의 다 끊겨 외부세계와 소통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현지 상황을 알렸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한 남부 칸유니스에서 19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를 여성과 어린이 등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한 남부 칸유니스에서 19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를 여성과 어린이 등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1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폭발로 폐허가 된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담요 등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1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폭발로 폐허가 된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담요 등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발생한 가자시티 내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발 배후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를 지목한 데 대해 모하메드씨는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한 짓' '다른 무장정파가 한 짓'이라고 하는 건 국제법을 위반하고 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항상 해온 수법이라 전혀 놀랍지 않다"며 "책임 회피를 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병원에는 갈 곳 잃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수백 명이 있었다. 이번 폭발 공격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모하메드씨는 "저희가 지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우리로부터 빼앗아간,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며 "가자지구는 16년째 이스라엘이 내린 봉쇄로 인해 농사라든지, 단순한 여행, 일상의 모든 측면을 통제받고 제한받는 '거대한 감옥'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서방이 무시하고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측면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다면 우리 손으로 우리 권리를 되찾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우려에는 "지상군 투입이 됐을 때 이스라엘군이 직면한 어려움들이 굉장히 많아 그런 것들을 무시하면서까지 그들이 지상군을 투입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예상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롭게 고통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라며 "이 고통의 원인이 1948년부터 지속된 이스라엘의 점령이라는 걸 인지한다면 평화를 되찾기 위해 뭘 해야 할지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떻게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을 떠난단 말인가. 가자지구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남아 있다. 조상들의 땅과 집을 지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 맞서서 저희를 지지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한국에서도 SNS에 우리 소식을 공유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게끔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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