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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수달의 고달픈 서울살이... "하천 개발과 로드킬 위협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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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5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있다는 서울 노원구 중랑천을 찾았다. 이곳의 수달 모니터링 전담 모임인 '중랑천 수달 언니들'을 이끄는 김향희 중랑천 환경센터 사무국장은 "여름철에는 비가 잦고 풀이 무성해 수달의 흔적이 있는 곳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10월~3월에 집중 모니터링을 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2020년 12월 29일 무인카메라에 찍힌 수달 영상을 통해 이곳에서 수달이 살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이곳에 사는 수달은 최소 3마리. 본격적 모니터링은 아니었지만 수달의 흔적은 보지 못하더라도 수달의 서식환경, 나타났던 장소는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중랑천 환경센터에서 월릉교까지 이어지는 4.5㎞ 구간을 걸으며 수달의 흔적이 발견됐던 장소들을 확인했다. 하천 옆 식생지대와 모래톱, 바위틈 등이 이들에게 은신처와 쉴 곳이었다. 산책로를 벗어나 수달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하천 바위로 내려가자 초록빛의 배설물이 눈에 띄었다. 오래되지 않은 수달의 배설물이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물고기의 비린 향이 났다. 수달의 주 먹이는 물고기다. "이곳에서 잘 살고 있다"는 수달이 남긴 표시 같았다. 이후 이달 4일에는 수달이 남긴 선명한 발자국과 배설물이 발견됐다.
배설물이 발견된 바위 근처에는 운동기구와 농구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 이외에 수달의 흔적이 발견된 장소 부근 역시 골프장, 만남의 광장 등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하천 바로 옆은 동부간선도로로 차량 소음이 컸는데, 수달을 로드킬로부터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달이 생각보다 사람과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있다는 건 신기했지만, 수달에게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국장은 "수달은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하천 가장자리를 따라다니며 이동하므로 사람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위주의 시설물들이 계속 들어서면서 하천 생태가 파괴되고 수달의 서식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의 하천개발은 사람과 동물의 공존 개념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데 어떻게 도심 속 하천에서 살게 됐을까. 서울에서는 1997년 팔당대교 부근에서 사체로 발견된 게 수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후 19년 만인 2016년 3월 한 시민이 한강의 지류하천인 탄천 하류에서 수달 한 마리를 촬영해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수달의 귀환을 알렸다.
1년 뒤인 2017년 1월, 광진교 하부에서 어미와 새끼 수달 세 마리의 모습이 동시에 확인됐다. 같은 해 9월에는 팔당대교 인근 도로에서 로드킬당한 새끼 수달 사체가 발견됐다. 세 마리 중 한 마리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단순 출현에 그친 게 아니라 서울 한강에 수달 번식 개체군이 형성됐음을 알려주는 사례였다"며 "2019년 2월 서래섬에 이어 샛강·송내천·청계천·중랑천 등 한강 본류와 지류의 다양한 곳에서 수달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달은 귀여운 외모로 알려져 있지만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한국수달연구소에 따르면 수달은 주로 20㎝ 내외의 물고기를 먹는데 블루길, 배스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도 잡아먹어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 개구리, 민물 게 등 양서∙파충류와 갑각류도 먹는다. 수달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먹이사슬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므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으로 꼽힌다.
수달의 서울 귀환은 한강 본류 댐인 팔당댐 상류에 살던 수달이 우연히 하류로 넘어오면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박사팀에 의뢰해 발간한 '한강 수달 서식현황 조사 및 적정 관리방안'을 보면 1973년 팔당댐이 준공되면서 한강 상류와 하류를 오가던 수달은 이동통로가 막혔다. 더욱이 팔당댐 좌우 양측 면에 모두 도로가 있어 수달이 건너오기 힘든 구조다. 신화용 한국수달연구소장은 "상류 쪽에 살던 수달이 임신한 상태에서 우연히 하류 쪽으로 넘어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며 "이의 확인을 위해서는 팔당댐 상류에 사는 수달과의 근연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수달 가족이 포착된 이후 현재 한강 유역에 살고 있는 수달은 15마리로 확인됐다. 이 중 아빠, 엄마, 새끼의 세 마리로 구성되는 가족 두 집단이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강에 수달이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는 "여전히 단조로운 호안과 깊은 수심, 수많은 횡단구조물과 각종 수상시설로 인한 방해, 수변 가까이 개방된 공간, 들개의 공격과 무분별한 낚시꾼에 쫓겨 다니며 수달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종합하면 먼저 시민의 편의를 위한 하천 정비와 산책로 조성, 교량 건설, 수상레저 활동 등으로 인해 수달의 서식지 훼손이 이뤄지면서, 수달이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은신처가 부족하다는 점이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콘크리트 제방이 다수인 서울 한강 구간은 수달의 보금자리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과 수달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를 관리하는 한편 대체서식지 조성도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위협요인은 하천을 따라 설치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로드킬이다. 우 연구원은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새끼 수달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며 "이러한 분산과 독립 과정에서 특히 로드킬 위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천 변 도로의 경우 유도 울타리 설치 및 도로 하부 구조물 개선, 생태 통로 설치 등의 로드킬 저감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강 내 어업활동도 규제가 요구된다. 수달은 허파로 숨을 쉬는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물속 그물망에 들어있는 물고기를 먹으러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게 되면 3~4분 만에 익사하게 된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서울과 접한 김포시, 고양시 지역의 강물에서는 그물을 이용한 어업이 허가돼 있다고 지적하며, 수달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며 서식하기 때문에 서울과 지자체 간 협력과 수달 익사를 방지할 수 있는 그물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근연관계로 인한 유전적 고립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연구 결과 두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9마리 중에서도 두 가족의 구성원이 있을 수 있었지만 자료의 한계로 확인은 불가능했다. 문제는 두 가족 가운데 한쪽의 부모 수달이 남매 관계였다는 점이다. 센터는 자료의 한계는 있다고 해도 한정된 유전자 자원 내에서 지속적인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수달의 개체 수는 아직 최소존속개체군(2016년 조사결과 팔당댐 하류 기준 20개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개체군 확보와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생태통로와 서식지개선 사업을 통해 수달이 오갈 수 있도록 하천의 생태적 연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정훈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 자연생태과장은 "지난달까지 수달이 출현한 주요 지역 8개소에 안내판을 설치해 수달 보호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이어 "주요 위협요인 주변의 수달 출현 정보 조사와 위협요인별 개별 맞춤형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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