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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적 '국위선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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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은 메달 190개를 획득했다. 땀방울과 눈물로 얼룩진 훈련을 거쳐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이른바 ‘면제 원정대’ 때문이다. 현행 병역법 33조의7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 시행령 68조의11은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과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해당 부문에 일정 기간 이상 종사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한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시작됐다. 유신 시절이다. ‘국위선양’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있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5달러 시기, 남북 간 체제경쟁 속 한국이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 네 글자를 당당히 내건 인적자원이었다. 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체제경쟁에서는 이미 승리했고 1인당 소득은 남한이 북한의 28배에 이른다.
냉정하게 말해,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자는 ‘상품’과 다름없다. 대다수 20대 남성들이 현역이든 사회복무요원이든 자신들의 경력을 중단하고 군 복무를 수행하는 데 비해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체육요원들은 사실상 생업에만 종사하면 군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간 자신의 몸값을 높인다. 이번 아시안게임 한 단체 종목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않고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도 있다.
이미 ‘면제 원정대’는 국제적 조롱거리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4일 ‘한국 스케이트 선수, 이른 자축하다 금메달과 군 면제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롤러스케이트 종목에서 결승선 앞 승리 세리머니를 하다 대만에 역전당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SI는 “한국팀에는 이번 경주에 금메달 이상의 것이 걸려 있었다. 정철원과 최인호는 적어도 올해 군 면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전하면서 “프로 골프선수 임성재와 김시우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를 받았다”고 적었다. 국위선양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해외의 빈축을 산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 7월 입법예고를 통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을 ‘국군의 상비병력 규모는 군 구조의 개편과 연계하여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한다’에서 ‘가용자원을 고려하여 안보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군 병력은 48만 명이었다. 의도한 감축이 아니라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였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어떻게 봤느냐’는 질의에 “병무청장 입장에서는 씁쓸한 것도 있었다”고 답했다. 저출산 인구절벽으로 병역자원마저 사라지고 있는 시점, 무엇이 진정한 ‘국위선양’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인원은 60여 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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