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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확장 카카오, 문어발 위기 김범수…SM엔터 인수 탈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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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기업 성공 신화를 쓰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리더십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카카오의 몸집을 크게 불렸지만 주먹구구식 운영과 회전문 인사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금융 당국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의혹 배후로 김 센터장을 정조준하면서 '김범수식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는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고 주가를 일부러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김 센터장의 복심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는 19일 구속됐다.
김 센터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암호화폐 '클레이(KLAY)'의 발행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클레이튼재단은 현재는 카카오에서 독립했지만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김 센터장 등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첫 번째 원인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꼽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8년 12월 65개, 2021년 12월 105개, 2023년 8월 144개로 빠르게 늘었다. 몸집이 커지자 잡음도 커졌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도 대형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다. 카카오 출신 IT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으로 사업체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봤다.
김 센터장의 회전문 인사도 위기를 키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을 중시하다 보니 그룹 컨트롤타워의 영향력이 약하다. 김 센터장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능력 중심이 아닌 자기 사람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위기가 커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는 시각이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경영진은 김 센터장과 인연이 깊은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기업 창업 공신이라도 현재의 카카오 덩치에 맞는 경영 전략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 투자총괄대표도 김 센터장이 발탁한 인사다.
결국 경영진에 대한 검증과 견제가 결여된 '주먹구구식 경영 시스템'이 위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나 포털사이트 다음의 중국 응원 댓글 논란 등은 카카오 내부에서도 혁신하지 않은 자업자득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의 위기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SM엔터 시세조종 혐의가 사실로 굳어지면 카카오는 벌금형 이상의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배 투자총괄 대표가 법원에서 유죄를 받게 되고 양벌규정이 적용되면 법인인 카카오에도 그에 상응하는 벌금형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인터넷 은행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5년 동안 금융관계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센터장은 의혹이 입증돼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김 센터장이 관련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다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확정 판결까지 최소 3, 4년이 걸리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관련 의혹을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카카오의 주가는 이날 3만7,950원으로 3년 5개월여 만에 4만 원대가 무너져 최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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