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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 최고 항공기 엔진 개발자 모인 美 회사 인수한 한화…친환경 '수소 혼소' 대중화 앞장선다

입력
2023.10.19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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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화파워시스템이 인수한 미 PSM
가스 터빈 AS 업체, 수소 혼소 연구 활발
탈탄소 기조에 노후화 발전소 공략 나서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에 위치한 PSM 사옥 전경. PSM 제공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에 위치한 PSM 사옥 전경. PSM 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부자들의 개인 별장이 모여 있고 사계절 내내 골프를 칠 수 있는 날씨로 타이거 우즈 등 유명 골프선수들이 모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 휴양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 개발 인력이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프랫앤휘트니(Pratt&Whitney)의 본사가 과거 이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P&W가 코네티컷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이곳에 남은 항공기 엔진 개발자들이 직접 세운 PSM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가스 터빈을 수소 발전 터빈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2021년 한화파워시스템이 인수한 뒤 이 회사는 오래된 LNG 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로 탈바꿈해 에너지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노후 가스터빈에 부품만 바꾸면 수소혼소터빈으로 변신

PSM의 수소 혼소 연소기가 부착된 터빈.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PSM의 수소 혼소 연소기가 부착된 터빈.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10일(현지시간) 찾은 PSM 공장에서는 몇 미터나 되는 큰 가스 터빈을 분해한 수많은 부품을 볼 수 있었다. 원래 PSM은 GE, 지멘스 등 가스 터빈 제조사가 발전소에 판매한 가스 터빈의 부품을 직접 만들어 사후 서비스(AS) 업무를 하던 회사다. 미국에서 발전소의 수명은 약 40년에 달하는데 가스 터빈 제조사들이 구형 제품에 대한 AS보다는 새 제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생긴 시장이다. GE도 이 회사를 인수하려다 반독점 문제로 접었다.

미래 기술 중 하나로 가스 터빈에서 수소와 LNG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혼소'를 연구했던 PSM은 2021년 한화파워시스템에 인수된 이후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점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지만 ①화염 온도가 LNG보다 200도 이상 높고 ②화염 전파 속도도 8배 빨라 대중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수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화그룹은 본격적으로 수소 발전으로 가기 전 단계로 수소 혼소에 주목했다. PSM은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

PSM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화파워시스템은 4월 세계 최초로 80메가와트(MW)급 중대형 가스 터빈을 활용해 수소 혼소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수소와 LNG를 6 대 4 비율로 섞어 연료로 쓴 것을 뜻한다. LNG로만 가스 터빈을 돌릴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 줄었다.



연내 100% 수소 발전 실증…2027년 상용화 목표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 PSM 사옥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 PSM 사옥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한화파워시스템은 연내 수소로만 터빈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실증사업도 진행한다. 2027년에는 이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는 "수소 혼소율 60%를 달성한 이후 탄소 저감을 추진하는 미국 대표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전통 가스 터빈 회사들도 수소 혼소에 뒤늦게 뛰어들며 입찰에 나서지만 PSM 대비 수소 혼소율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PSM은 기존 고객사인 노후 발전소들에 수소 혼소가 가능한 부품을 결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발전소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수소 활용처를 크게 늘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에너지 확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 대표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미국에서는) LNG 발전소를 새로 지으려는 계획이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 발전소 오너들도 기존에 쓰던 터빈의 에너지 효율과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사업 전망을 밝게 예상했다.



주피터=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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