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에 맞는 현실적 고교내신 산출방안

입력
2023.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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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고교 내신성적 산출 방안으로 모든 과목에 대해 석차 5등급제(상대평가)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병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2008학년도부터 시행된 현행 석차 9등급제와 비교할 때 등급 수 축소 면에서 큰 변화이다. 뿐만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예고한 성취평가제 시행 방안인 고교 1학년 공통과목에 석차 9등급제와 성취평가제를 병기하고 고2, 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에는 성취평가제만 적용하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모든 과목에 성취평가제만을 적용해 완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일부 주장과도 배치돼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2028 대입개편 시안에 대한 필요성과 시의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현행 석차 9등급제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한 과목을 듣는 학생 수가 13명 이상이 돼야 1등급 산출이 가능한데,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소인수 과목이 증가해 1등급 산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산어촌에서 1등을 한 학생이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학생들이 과중한 경쟁과 시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통과목에서만 석차 9등급과 성취평가제를 병기할 경우 대입에서 고교 1학년 성적이 과도하게 중시돼 내신 경쟁 및 사교육비 문제가 한층 가열될 수 있다.

교육 이상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완전한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성취평가제 위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첫째, 절대평가로 정확하고 공정한 성적을 부여하려면 매우 높은 수준의 교사 평가역량과 교사 평가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둘째, 대입에서 유리하기 위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절대평가 결과로 내신 성적이 산출될 경우 대입 수시 전형에서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훨씬 유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번 대입개편 시안은 상대평가의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완전한 성취평가제를 대비하는 과도기적 내신 성적 산출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석차 5등급제는 소인수 과목에서의 1등급 산출을 용이하게 하고 등급 수 축소로 인한 경쟁 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안과 달리 1학년 성적이 과도하게 중시되는 현상, 교사 평가 부담 증가, 성적 부풀리기 문제, 대입에서 특정 고교유형 학생들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우려 등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석차 5등급제뿐만 아니라 성취평가제 결과를 대입 전형 요소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향후 완전한 성취평가제 실시에 대비해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면에서 2028 대입개편 시안은 시의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번 대입개편 시안을 계기로 교사 평가 역량 증진, 대입 전형 방법의 혁신적 변화, 서·논술형 등 수행평가 비중의 실질적 증대 등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주체 및 교육당국의 심층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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