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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이네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눈물 쏟게 한 한동훈 장관

입력
2023.10.17 18:10
수정
2023.10.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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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이튿날 피해자에 직접 전화해
한 장관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
피해자 "너무 놀랍고 고마워 펑펑 울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범죄피해자연대(가칭 '경험자들')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나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27)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법무부는 한 장관의 지시에 따라 범죄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 등사권 보장 등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17일 법무부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 따르면, 한 장관은 법무부 국정감사 이튿날인 12일 오후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에서 "안녕하세요, 한동훈 장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장관은 A씨에게 "국감에서 말씀해 주신 생각들이 다 제 생각과 같다"며 "실행의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이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 의원이 준비한 A씨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A씨는 영상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후) 1년간 어떤 지원센터와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범죄 피해자 구조금도 제가 신청하고 다녀야 했다. 마치 이 세상에 범죄 피해자는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다"며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또 연내 범죄 피해자 지원 원스톱 센터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A씨는 한 장관과의 전화에서 "(가해자가 출소하는) 20년 뒤 죽는다는 각오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며 "양방향 알림 스마트워치 서비스조차 구축돼 있지 않아 지금 상태에선 (가해자가 출소하면) 제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 장관은 A씨에 공감을 표하며 "이러한 문제는 선생님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는 국민들이 많은 만큼 개선 방향을 적어서 주시면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서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A씨는 한 장관에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까이 오면 알람이 울려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는 '양방향 알림 스마트워치' 도입 △범죄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권 보장 △감형을 위한 반성문 제도 폐지 등을 우선 제안했다. 한 장관은 해당 내용을 법무부 관련 부서에 전달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한 장관에게 가해자의 보복과 협박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가해자 B씨는 같은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출소하면 반드시 A씨를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달 29일 보복 협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 장관은 "아무리 봐도 나쁜 놈이에요. 안 그래도 수감된 이후 상황도 제가 특별히 더 챙기고 있었다"라며 "나중에 혹시라도 걱정하실 일 안 생기게 수감 제대로 하고, (교도소) 안에서도 허투루 못하게 제가 잘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다 떠나서 국가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큰 피해를 입으신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사건 이후 사법체계에서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은 게 처음이라 너무 놀랍고 감사해 전화를 끊자마자 펑펑 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B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부산 부산진구에서 귀가하던 피해자 A씨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강간 시도가 실패하자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로 지난달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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