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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남부로 대피한 가족 13명, 이스라엘 공습에 몰살"...'안전 약속' 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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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발령했던 대피령이 공염불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권고에 따라 집을 떠났던 팔레스타인인 일가족 13명이 대피 구역을 벗어난 상태에서 IDF의 공습으로 몰살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대해선 이스라엘 측이 개의치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이 같은 IDF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인도주의 차원의 구호 물품 전달을 위한 국경 개방마저 거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지난 13일 IDF로부터 대피 지시를 따랐다가 이튿날 세상을 떠난 가자지구 북부 주민 아에드 알아즈라미 가족의 비극적 사연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아에드와 그의 조카 라지는 13일 새벽 IDF 관계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말은 “가족, 지인들과 함께 즉시 남부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은 IDF가 지상군 투입을 암시하며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24시간 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날이다. 가자지구 중부를 가로지르는 해안 습지 '와디 가자'를 대피 한계선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미 가자지구 전역에 로켓 수백 발이 날아들었던 탓에, 아에드는 “어느 길이 안전한가”라고 물었다. IDF 관계자는 “어떤 도로든 관계없다. 최대한 빨리 떠나라”고 권했다. 동이 트자마자 아에드 가족은 와디 가자 이남 13㎞ 떨어진 도시 데이르알발라의 친구 집으로 대피했다. 소개령이 내려진 구역 바깥에 있는 곳이었다. 안전해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다음 날 IDF는 데이르알발라에 로켓을 퍼부었다. 아에드 가족이 체류했던 건물은 포격에 무너졌고, 그를 포함한 가족 13명은 모두 숨졌다. 이들 중엔 어린이 7명도 있었다. 다른 건물에 머문 덕에 목숨을 건진 라지는 “파괴 규모가 엄청났다.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삼촌과 가족 모두 마침내 모두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IDF는 라지가 녹음해 둔 통화 내역을 토대로 이 사건 관련 입장을 묻는 CNN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CNN은 “이 사건은 IDF의 대피 경고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의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가자지구 남부도 전혀 안전하지 않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전날 밤 이 지역에서만 200회 이상의 IDF 공습이 있었고, 최소 7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사망자의 다수는 IDF 대피령에 따라 북쪽에서 대피한 가족”이라고 전했다.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며 대피령을 거부하는 북부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남부 국경 라파에서의 구호 물품 반입도 계속 거부하고 있다. 17일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이스라엘은 가지지구 국경 개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16일 면담에서) 구호 물품을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으나, 알자지라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카츠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가자지구에 물품을 들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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