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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맛, 함께 챙기는 중년 섭생의 3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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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건강 : <3> 중년기 ‘소화력’ 지키는 방법
스트레스·과식, 소화력 저해
찬 음식 줄이고 천천히 씹기
입에 맞는 단짠 음식 피해야
40~50대 중년 상당수가 스트레스, 과식, 과음을 일상처럼 반복 경험한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술과 맛집을 찾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과식과 과음으로 이어진다. 원치 않은 회식에 끌려갔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우리 위장에는 ‘고행의 시간’이란 점이다.
밤늦게 양껏 먹으면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로 잠든다. 수면 중에는 위장 작용도 떨어져 소화도 더디다. 식사 때 맛있게 먹었던 신선한 횟감이 위장 속에 오랫동안 머물면 어떻게 될까? 음식이 소화 효소에 원활하게 분해되는 게 아니라, 위장 속 미생물의 영향으로 썩으면서 가스가 발생한다.
가스는 위장을 넘어 흉부까지 압박하면서 복부 팽만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때 위장을 가득 채운 채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역류한다. 음식물에 위액 등 소화 효소까지 버무려진, 원래 위장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넘어오면 식도가 상하고 염증을 유발한다. 이게 바로 중년이 되면 심해지는 역류성 식도염이다.
이런 음식물 역류 증상이 반복되면 만성 소화기 질환으로 발전한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역류성 식도염은 30대까지 11% 수준이지만 40대가 되면 17%까지 늘어난다. 항상 배가 더부룩해 복부가 팽창하며 잦은 트림이 나오는 ‘기능성 소화 불량’도 30대는 10% 수준이지만, 40대 12%, 50대 14%로 점증한다. 특히 위암은 30대 1%에서 40~50대엔 각각 7%, 19%로 발병률이 껑충 뛴다.
그렇다면, 이런 소화기 질환에 한의학은 어떻게 대처할까. 한의학은 위장질환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기능성 위장질환은 위장의 운동기능 이상에서 비롯된다. 음식물이 위장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명치 아래가 항상 더부룩하고, 트림이 잦아지고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전형적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의 온기다. 바람이 쌀쌀해지는 가을, 심지어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냉음료를 선호하는 직장인이 많다. 물론, 들이켤 때의 청량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위장 건강에는 최악이다.
소화(消化)의 ‘소(消)’는 녹이고 잘게 부순다는 의미고, 화(化)는 삭여서 소멸시켜 새로운 생기를 만든다는 뜻이다. 한방에서 삭이고 부수는 능력은 뜨거운 양기(陽氣)가 바탕이 된다. 그래서 소화 작용을 부숙수곡(腐熟水穀)으로 정의한다. 부(腐)는 삭이는 작용이고 숙(熟)은 찌는 작용이다. 부숙수곡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어야 한다.
'동의보감'은 이런 원리를 솥에 비유했다. ‘솥에 쌀을 넣고 불을 때지 않으면 쌀이 익지 않는다. 단전의 불길이 위를 데워야 음식이 소화된다.’ 조선 시대 왕들의 건강 관리도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소화기 질환으로 고생했던 영조는 부숙수곡을 위해 찬 음식을 줄이고 복대를 해서 배를 따뜻하게 했다. 복대 속에는 뜨거운 기운을 가진 쑥을 넣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손주의 배를 이불로 덮어 따뜻하게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위장 질환 중 담음증(痰飮症)은 속이 울렁이면서 메스껍고, 두통이 생기며 어지러워지는 증상이다. 얼굴색도 노랗게 혹은 검게 변한다. 사실 소화기관은 내부인 것 같지만 외부인 곳이다. 입부터 항문으로 이어지는 이 소화기 부분은 외부 음식물이 들락거리는 곳이다. 소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하려면 코팅 처리가 필요하니, 위장 벽에는 늘 점액이 흘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위장 점액의 분비량이 줄어들거나 변성되는 것이 ‘담음’이다. 담음증은 몸의 진액이 골고루 순환하지 못하고 한곳에 몰려 위장 기능을 떨어뜨린다. 특히 밀가루 음식은 더욱 소화를 못 시킨다. 이 담음증으로 고생한 이가 바로 청나라 강희제와 퇴계 이황이다. 이들이 평생의 건강법으로 실천한 것이 새벽에 이빨을 부딪쳐 침을 만들고 이것을 넘겨 소화관을 ‘코팅 처리’하는 고치법(叩齒法)이다. 고치법의 핵심은 이하선(耳下腺)을 자극해 타액이 많이 분비되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일리가 있다. 타액은 음식물을 뒤섞고 으깨면서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먹는 습관은 이하선 타액 분비에 특히 나쁘다. 타액의 4분의 1은 이하선에서 분비되는데, 꼭꼭 씹지 않으면 이하선이 자극되지 않아 타액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치법까지 실천하진 않더라도, 음식을 천천히 씹는 것만으로도 담음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식사를 거르는 일은 담즙을 만들어 내는 쓸개(담낭)에 부담을 준다. 담즙의 출구는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이 지나가면 흘러나온다. 일에 쫓겨서 끼니를 거르면 담즙이 흘러나오지 못해 농축되면서 결석이나 염증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최근 담낭 용종(polyp)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으리라.
현대인의 잦은 신경성 위장질환은 스트레스가 직접적 원인이다. 신경이 조금만 날카로워지면 소화가 안 되고 배에 가스가 차서 부풀어 오른다. 옆구리 통증이나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소화기의 전 영역에서 불편함이 찾아오니, 이런 환자는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그것이 또 스트레스를 불러 위장질환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한의학에서도 스트레스는 위장의 큰 적이다. 사회생활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비위(脾胃)가 상한다’거나 ‘비위를 맞춘다’는 말이 있다. 비위는 현대 해부학에서 지라와 위를 뜻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비위, 즉 소화기의 건강이 마음의 상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위장 벽면에는 수많은 모세혈관과 말초 신경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위장 운동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면 위장 운동이 촉진되고, 스트레스나 긴장이 높아지면 교감신경이 작용해 억제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흐름이 나빠지고, 위장의 운동기능을 떨어뜨려 소화능력도 감소한다.
물론,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올바른 식습관으로 위장에 주는 나쁜 영향을 줄일 수는 있다. 일단, 식사할 때는 (스트레스는 머리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식사에만 집중하자. 군대에서 ‘감사히 먹겠습니다!’하고 복창하거나, 식전 감사기도를 올리는 일도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하고 느긋한 리듬의 음악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폭식하는 달고 짠, ‘단짠’ 음식은 어떨까? 자극적인 음식은 식욕 신호의 혼란을 부르는 나쁜 식습관이다. 염분은 식욕을 돋우고 당분은 식욕을 줄인다. 그런데 달고 짠 자극적인 짙은 맛이 번갈아 가면서 신경을 자극하면 식욕 조절 중추가 혼란스러워져 예기치 않은 큰 병을 낳을 수 있다.
과식과 과음 야식은 직장생활의 양념이자 특권일 수 있다. 다만, 권리에 의무가 따르듯 특권을 잘 조율하는 것이 위장 건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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