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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 바이든 경고, 이스라엘 결단 늦추나

입력
2023.10.16 18:30
수정
2023.10.16 23: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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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지지하다 지상전 개시 앞두고 첫 제지
미 “전쟁법 준수를”… 국제사회도 만류 나서
이란 개입 시사에도 “민간인 대피하면 작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인권 캠페인 만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인권 캠페인 만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지상전 개시를 앞두고 자제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만류에 나선 가운데, 아랍권 반(反)이스라엘 진영의 맹주 이란은 이번 사태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강경 태세를 고수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 실행을 유보할지 미지수다. 이스라엘의 전면 공습과 완전 봉쇄로 이미 생지옥인 가자지구는 일촉즉발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BS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마스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이고, 가자지구는 이들의 근거지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심었던 이스라엘은 2005년 중동 평화 로드맵에 따라 자국민을 철수시켰다.

“지상전 때는 모두에게 피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곧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한 이스라엘의 결정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진입 시점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제지를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개 촉구”라고 논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군사 작전을 줄곧 전면 지지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 발생을 야기할 지상전을 앞두고 태도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걱정거리는 민간인 피해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살해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전쟁법을 따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상전 사상자 수에 비례해 보복 명분을 준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WP에 “지상전 때는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은 이제 전 세계의 관심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서방 지도자들과 외교관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접촉해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와 이들의 대피, 인도적 지원 접근 허용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말리기 위한 외교적 총력전이다. 아라비아반도·북아프리카 아랍권 국가들로 구성된 아랍연맹(AU)과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회원인 아프리카연합(AL)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은 협상 중재를 위해 내주 중동 지역에 특사를 파견할 방침이고, 러시아는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 카드 검토

그러나 도리어 전장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리번 보좌관은 “충돌이 격화하고 북쪽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는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대치 중인 곳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이스라엘 정권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계속한다면 이 지역(중동)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간접적 참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 개입을 막으려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과 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들을 며칠간 활용했다”고 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참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이 콜로라도주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며 이스라엘 방문을 유력하게 점쳤으나, 백악관은 "대통령은 국내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의 방향 선회 조짐은 아직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방송에 민간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나는 대로 ‘중요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가 민간인 대피를 위해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집트와 연결된 ‘라파 통로’를 16일 오전 몇 시간 동안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휴전설’을 부인했다.

전쟁 9일째인 15일 저녁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4,000명을 넘었다. 팔레스타인 측 2,600여 명, 이스라엘 측 1,500여 명이다. 유엔 기구들은 봉쇄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대피가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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