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피의 보복' 속 희망을 보다…총부리 대신 연대 손 내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치르는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내 유대인들과 무슬림들의 평등권 옹호 단체인 '스탠딩 투게더'의 지도자 샐리 아베드
전쟁 중에도 총부리 대신 연대의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에서 '2등 시민'으로 핍박받던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이다. 하마스에 공격당한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폐허가 된 이스라엘인들의 삶터를 재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무슬림이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이들을 조명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은 이스라엘 이재민들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과 장난감을 보낸다. 파괴된 방공호 재건에도 힘을 보탠다. 더는 손에 피를 묻히지 말고 보복의 악순환을 끝내자는 호소다.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의 아랍계 유목민 베두인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스라엘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공습경보시스템이나 방공호가 없는 네게브 사막은 하마스의 타깃이 됐다. 하마스 로켓 공격의 첫 사망자 4명이 이곳에서 나왔다.
베두인 주민들은 자원봉사자 600명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인 실종자 수색조를 꾸렸다. 베두인인 슬레만 슐레베는 "무슬림 공동체와 유대인 공동체 양쪽 모두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정보 수집, 구조, 응급 처치 등 역할을 나눠 구조를 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도시 자파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무슬림과 유대인 1,000명 이상이 모인 시민 경비대가 결성됐다. 비무장 상태인 이들은 지역 주민을 보호하고 이스라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또 다른 존재인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망명 신청자 수천 명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본래 다수의 아랍인과 소수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공존했다.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 건 1948년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고 무슬림 주민들을 내쫓으면서다. 이스라엘은 2018년 '유대민족국가법'을 통과시켜 '유대인들의 국가'를 자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인구 중 약 20%인 120만 명은 이슬람계다. 이스라엘이 빼앗은 땅에 살던 주민들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2등 시민의 삶을 살아왔다.
15일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번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계 다수가 직장과 학교에서 탄압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슬림 소수인권법률센터 아달라에 따르면 최소 12명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팔레스타인 관련 게시물 때문에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스라엘 대학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 학생 40여 명은 퇴학·정학 통지서를 받았으며, 북부 도시 나사렛의 병원, 호텔, 주유소, 식당 등에서 35건 이상의 혐오·탄압 사례가 접수됐다.
사완 자헤르 변호사는 "이번 전쟁으로 인종 차별이 극심해졌다"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스탠딩 투게더의 아베드는 "복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스라엘 권부(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우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일부 무슬림들이 선동에 제동을 걸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