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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훼손된 정율성 흉상…박민식 "반달리즘 오해" 강기정 "왜 감 놔라 배 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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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에서 작곡가 정율성 흉상이 복구 이틀 만에 또다시 훼손된 채 발견되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광주시민의 여론에 전향적으로 귀 기울여 달라"며 관련 사업 일절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광주시는 박 장관의 요구에 "한중 수교나 문화 교류 차원에서 20년간 해온 지방자치 고유 사업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 장관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정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시설을 무작정 파괴한다면 '반달리즘(vandalism·공공기물 파손행위)'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이런 반헌법적 시설물을 설치한 자들에게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에 세워진 정율성 흉상은 1일 오후 한 보수단체 회원에 의해 훼손됐다. 흉상은 12일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에 의해 복원됐지만, 이틀 뒤인 14일 오전 5시 47분쯤 다시 정율성 흉상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남구 당직실에 접수됐다.
박 장관은 "한쪽에서는 광주 시민이 몰래 흉상을 파괴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광주 시민이 몰래 흉상을 복원하고 있다"며 "정율성 때문에 우리 광주 시민들이 남몰래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을 멈추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국가보훈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에 따라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과 기념시설 철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율성 생가와 정율성로를 조성하고, 정율성 국제음악제 개최 등 기념사업을 추진 중인 광주시는 보훈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나 문화 교류 차원에서 이것이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부터 해오던 국가사업이기도 하고 2003년부터 해오던 우리 지방자치 업무"라며 "(박 장관이) 자꾸 자기 업무도 아닌 장관이 자꾸 감 놔라, 배 놔라 하니까 정말 저희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정율성이 독립유공자이기 때문에 기리는 것이 아니고 한중 수교나 문화 교류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정율성은 복지나 보훈이 아니다. 한중 간의 문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만에 불거진 정율성에 대한 이념 논란은 박 장관이 지난 8월 "이 공원 조성 사업을 두고 공산군 응원대장이었던 사람"이라며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김일성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도 이달 12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일부 도로에 부여된 '정율성로' 도로명을 변경하라는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
정율성은 윤동주 시인처럼 일제시대 한국과 중국에 걸쳐 살았던 인물이다.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1933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원으로 항일투쟁을 지속했다.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해주에 음악전문학교를 설립하고 평양에서 조선군 협주단을 창설해 단장을 맡았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던 '팔로군 행진곡'과 중국의 아리랑이라 불리는 '옌안(延安)송'을 만들었다.
정율성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당시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원회는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정율성의 아내 딩쉐쑹(정설송·당시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의 양녀)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한편 남구는 16일 오후 회의를 열고 정율성 흉상 존치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정율성 관련 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는 방식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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