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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냥 전초기지 이시가키…”日 본토 위해 섬이 희생되고 있다”

입력
2023.10.24 04:30
수정
2023.11.12 22: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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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태평양 패권 회복 꿈꾸다
[르포] 오키나와 이시가키섬 가봤더니
일본, 중국 겨냥 미사일 방어망 구축
주민들 "국책 위해 주민 희생 강요"

이시가키 섬 중앙부근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육상 자위대 기지의 모습.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이시가키 섬 중앙부근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육상 자위대 기지의 모습.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편집자주

인도태평양은 전 세계 인구의 65%,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한다. 이 드넓은 바다가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앞장선 중국 견제에 각국이 동참하면서 치열한 외교전과 일촉즉발의 군사행동이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 독트린으로 내세워 대열에 가세했다. 한국일보는 대만 미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현장을 찾아 저마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살펴보고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현에 자리 잡은 이시가키섬. 도쿄에서는 항공편으로 5시간 걸리지만 대만에서는 불과 1시간 거리다. 안면도 두 배 정도 크기의 섬 일부가 200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풍광이 좋아 대만인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하지만 평화롭던 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본 방위성은 올 초 육상자위대 기지를 새로 건설했다. 병력 570명 규모에 함정 공격용 지대함유도탄, 공중 타격용 중거리지대공유도탄을 운용하는 미사일 부대가 들어섰다.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더해 섬은 요새로 변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대비한 일본의 대중 방어 최전선 기지다.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우리의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부대시찰 일정으로 이시가키섬의 자위대 주둔지를 방문할 정도로 각별히 공을 들이는 곳이다.

9월 15일 이시가키 국제공항에 착륙해 있는 오스프리.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9월 15일 이시가키 국제공항에 착륙해 있는 오스프리.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지난달 15일 이시가키섬을 찾았다. 공항 활주로에는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가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20분가량 달리자 오모토산 기슭에 자리 잡은 육상자위대 기지의 윤곽이 선명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논란의 군사시설이다.

기지 입구에서 자위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기지가 위치한 언덕에서 내려와 반대쪽으로 돌아섰더니 오모토산과 푸른 상공을 배경으로 조성된 공터에 패트리엇 발사대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주민 우에하라 마사미쓰(70)씨는 "난세이제도 기지화는 본토의 국책과 안보를 위해 섬사람들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조치"라며 "섬에 기지를 만들면 결국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격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세이제도는 일본 규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에서 대만을 잇는 해역을 따라 1,200km 길이에 일렬로 자리 잡은 섬들을 지칭한다.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서 목덜미를 겨눈 모양새다.

이시가키 육상자위대 주둔기 설치 보도 후 드론을 사비로 구입해 공중 촬영에 나선 우에하라 마사미쓰. 오른쪽 맨 끝에 육상자위대 주둔지가 보인다. 이시가키=문재연 기자

이시가키 육상자위대 주둔기 설치 보도 후 드론을 사비로 구입해 공중 촬영에 나선 우에하라 마사미쓰. 오른쪽 맨 끝에 육상자위대 주둔지가 보인다. 이시가키=문재연 기자

무엇보다 중국의 주요 도시를 미사일 사정권에 두고 있어 중국에 한층 위협적이다. 이시가키섬에서 상하이는 800㎞, 남부 광저우는 1,000㎞ 떨어져 있다. 이에 2021년 기지 건설 당시 중국 매체들은 “중거리미사일을 쏘면 상하이는 5분, 광저우는 6분 만에 타격 가능하다”면서 “중국 동부와 동남부 지역이 사실상 적의 위협 아래 놓여 머리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댄 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해군의 작전반경으로 선언한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을 따라 일본이 속속 미사일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시가키는 아마미오섬, 오키나와, 미야코섬에 이어 일본이 제1도련선 인근에 구축한 네 번째 미사일 기지다. 마치 곳곳에 보초를 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형태다.

이시가키 미사일 기지와 주요 지역 거리.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시가키 미사일 기지와 주요 지역 거리. 그래픽=김문중 기자

반대로 중국은 이곳을 뚫어야 한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 군함은 오키나와현 미야코 해협을 49차례 통과했다. 매달 5회가 넘는다. 국제법상 용인되는 공해에서 이동한 것이지만 일본은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시가키가 포함된 난세이제도 해상을 중국이 장악할 경우 대만을 배후에서 포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 유사시 미군의 투입을 막기 위해 난세이제도 일대에 포탄을 퍼부을 것이라며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대만 포위훈련 도중 발사한 미사일이 인근 섬인 요나구니 옆 공해에 떨어졌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시가키 육상자위대 주둔지 인근에 있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 PAC-3.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이시가키 육상자위대 주둔지 인근에 있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 PAC-3. 이시가키=우에하라 마사미쓰 제공


우에하라씨는 전날 촬영한 자위대 기지 내부사진을 보여줬다. 한편에 네모난 블록모양의 언덕 3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는 "탄약고 4곳 중 공사가 완성된 3곳"이라며 "평화로웠던 섬이 일본 정부의 월권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중국도 일본도 모두 갈등을 피하고 싶을 것 아닌가"라면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문제이지, 무작정 무기를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개정한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중국을 '이제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유사시에 대비한 공항과 항만을 정비하기 위해 후보지 33곳을 선정했다. 이시가키섬도 물론 포함됐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자위대 병력이 전개하거나 연료와 식량을 보급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시가키(일본)=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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