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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인정 기다리다 죽는 상황, 정상 아니다" 개선에 머리 맞댄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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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피해자가 스스로 산재를 입증하고 기약 없는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산업재해 피해 가족과 시민단체 반올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산재보험 선(先)보장제도’ 도입을 촉구하면서 낸 목소리다.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산재 인정을 하염없이 미루는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산재 제도가 개선돼야 태아 산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실제 우원식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산재 역학조사 장기화가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올해 1~8월 처리된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희귀병 조사) 1,072일, 직업환경연구원(일반질병 조사) 581일에 이르렀다. 역학조사는 피해자 질병과 직업의 의학적 연관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산재 피해를 규명조차 못한 채 피해자가 눈을 감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역학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이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159명에 달한다. 죽음까지 이르는 사례가 아니더라도, 산재 인정이 늦어질수록 노동자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 의원은 산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역학조사를 ‘180일 내에 심의해 의결한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내부 지침’을 법적으로 명문화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역학조사가 늦어지면 ‘국가 책임’을 인정해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먼저 보장하는 내용도 더했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우선 치료하자는 게 선보장 제도의 취지”라며 “만약 산재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면 건강보험 등에서 사후 정산하면 된다”고 했다.
산재 후속조치 과정에서 의사의 '직권 개입'을 가능하게 한 것도 특징이다. 산재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가 피해자에 산재 신청을 안내하고 치료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고용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고용주가 산재를 은폐할 수 없도록 방지하면서 노동자의 산재 신청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재 은폐율은 66.6%에 달한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산재 제도가 개선되면 희귀병이 대부분인 태아 산재 인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와 보호자인 어머니 김시녀씨도 참석했다. 김씨는 “딸은 2009년에 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는데 6번의 불승인 끝에 2019년에야 인정됐다”며 “왜 진작에 쉽게 인정하지 않았는지, 공단이 산재 노동자를 대하는 차디찬 태도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일하다 아픈 것인데 개인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치료비와 생계비를 부담하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치권은 이 같은 변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류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일하다 다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가 끝난 후 11월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해서 여야가 의견을 모아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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