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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타고 디자인+현대미술 '갤러리 호핑’ 가볼까

입력
2023.10.16 04:30
수정
2023.10.17 01: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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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일대 분산 전시장 옮겨 다니며 체험
같은 나무, 자연미·현대미 대비되는 가구전
부산 등 전국 165곳 공공디자인 페스티벌도

지오파토&쿰스, 달(DAL), 2023. 디파인 서울 제공

지오파토&쿰스, 달(DAL), 2023. 디파인 서울 제공

가을을 맞아 디자인과 현대미술을 접목한 전시가 다채롭게 열린다. 이들 전시는 여러 장소에서 분산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여러 갤러리를 산책하듯 둘러보는 '갤러리 호핑(gallery hopping)'을 하기에 최적이다.

같은 듯 다른 디자인과 현대미술을 접목한 전시가 MZ세대가 즐겨 찾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다. 아트부산은 다음 달 1∼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이어27, 레이어41, 앤디스 636 등 스튜디오 3곳에서 디자인 중심의 아트페어 '디파인 서울' 1회 행사를 연다. '디파인’이라는 이름은 디자인과 파인 아트(fine art·순수미술)를 결합해 만들었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고 디자인·미술작 수집가가 많은 지역을 배경으로 미술 시장을 열어 일대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세 곳의 전시장을 걸어 이동하는 중간중간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카페와 빵집도 많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부부 크리스티아나 지오파토와 크리스토퍼 쿰스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지오파토&쿰스가 내놓은 조명 '달'(DAL·Drawing a Line)은 아트바젤 파리(18~22일)에도 출품되는 신작이다. 한국 서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금속 작품은 직선과 곡선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예술 행위의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달'을 연상케 하는 작은 금색 구형을 곡선 위에 얹고, 이어진 직선 아래쪽에도 무당 방울을 연상케 하는 구형을 달아 무게중심을 잡도록 디자인했다.

박홍구 작가는 곳곳이 검게 그을린 직육면체의 오동나무를 눕히거나 세워 전개한 '추상탄화'를 선보인다. 대비되는 나무의 색과 질감이 현대미술 작품과 같은 단순미가 있다. 눕힌 나무는 벤치, 서 있는 나무는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제갤러리는 홍승혜 작가의 현대미술 설치작이자 가구로도 볼 수 있는 '콘솔/테이블'을 내놓는다.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사각 '픽셀'(Pixel·화소)을 조합해 만든 일러스트 이미지의 결합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을 만들어 낸 작업 중 하나다. "세상을 관통하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픽셀'로 구성된 자기만의 무대로 표현한다"는 게 갤러리 측이 설명하는 홍 작가의 작품 세계다.

홍승혜, 콘솔/테이블, 2023. 디파인 서울 제공

홍승혜, 콘솔/테이블, 2023. 디파인 서울 제공

같은 시기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에서도 디자인과 현대미술을 접목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지난 6일 개막한 조각가 나점수, 소목장 방석호, 가구 디자이너 송기두, 예술가구 작가 정명택 등의 단체전 '신식가구' 전시가 다음 달 4일까지 열린다.

나점수, 무명-정신의 위치, 2023. 아트스페이스3 제공

나점수, 무명-정신의 위치, 2023. 아트스페이스3 제공

나무를 소재로 한 가구·조각이지만 각기 다른 접근을 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 작가는 나무의 거친 질감을 최대한 그대로 드러내는 '무명-정신의 위치'란 책상 형태의 작품을 내놓는다. 나무에 검정 칠을 하고 철제를 섞어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를 보이면서도 곳곳에 목재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 자연미를 살렸다. 반면 송 작가가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 001'은 자연물의 정제와 가공에 방점을 찍은 듯 물푸레나무를 소재로 유려한 곡선을 만들었다. 매끈하게 마감된 나무 질감, 푸른색 칠도 디자인의 긴장감을 더한다.

송기두, lounge chair 001, 2023. 아트스페이스3 제공

송기두, lounge chair 001, 2023. 아트스페이스3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20∼29일 개최하는 제2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충남 아산시 중앙도서관,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 등 전국 165곳에서 열린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 일상'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장애인, 어린이,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도 평등하게 쓸 수 있는 공공디자인 모범 사례를 선보인다.

카를 페글라우, 암펠만(Ampelmann).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제공

카를 페글라우, 암펠만(Ampelmann).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제공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리는 주 전시에는 다양한 우수 공공미술 사례가 전시되는데, 독일 베를린의 공공디자인 '암펠만'을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독일어로 교통 신호등을 뜻하는 '암펠'(Ampel)과 사람을 뜻하는 '만'(Mann)을 합친 조어인 암펠만은 중절모를 쓴 통통한 체형의 신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1961년 당시 동독의 교통 심리학자 카를 페글라우의 디지인으로,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시력이 낮은 노약자가 신호등을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이미지 면적을 기존보다 크게 한 데서 출발한 디자인이다. 신호등의 청·적색빛 투과 면적을 늘리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주의력을 높여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했다고 한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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