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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푸틴? 이스라엘에 "가자 봉쇄, 나치와 비슷... 지상전 멈춰라"

입력
2023.10.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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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레닌그라드' 봉쇄 비유
"지상전, 용납 못할 피해 초래"
이·팔 전쟁 중재자 자처도

2020년 1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스크바=AP·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스크바=AP·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와 비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일 경우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민간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이스라엘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봉쇄와 비슷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상황을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행한 장기간 봉쇄 작전(1941~1944년)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나치 독일이 소련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하며 레닌그라드를 포위하고 무차별 포격을 가해 러시아는 큰 희생을 치른 역사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을 받았지만,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피해를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민간의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며 "20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의 모든 사람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모두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민간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 사이 러시아가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조기 휴전과 상황 안정화를 위해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모든 건설적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 협상의 목표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 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러시아는 또) 마리우폴과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장기간 포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심에 선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모순적'이란 뜻을 내비친 것이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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