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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나빠진 콩팥, 회복할 수 있나?

입력
2023.10.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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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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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한번 나빠진 콩팥은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속설이 있었다. 의학과 의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일리가 있는 말이었으나, 요즘은 일부만 맞는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는 동물을 대상으로 콩팥의 회복력을 연구하는 실험을 했다. 먼저 콩팥 2개 중 1개를 제거했다. 즉 전체 콩팥 기능이 50%만 남은 상태가 됐다. 시간이 흐르자 한 개 남은 콩팥으로도 두 개 있을 때 기능의 75%까지 회복했다.

한 개 남은 콩팥의 절반을 더 제거했다. 처음 두 개를 기준으로 하면 25% 정도만 남은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도 콩팥 기능이 점점 좋아져 30%를 넘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전체 콩팥의 6분의 5 정도를 제거하고 6분의 1(16%)만 남기자 콩팥 기능은 회복되지 않았고 혈액을 거르는 데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는 콩팥의 회복력을 증명하는 매우 의미심장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의 콩팥 회복력도 추정해볼 수 있게 됐다.

사람의 콩팥 두 개 중 한 개를 가족들에게 기증한 뒤 한 개 남은 콩팥의 기능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그래서 콩팥을 기증할 수 있다.

콩팥 두 개가 있어도 콩팥 기능이 6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이다. 이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소금 섭취 줄이기와 체중 관리 등을 잘 실천하면 콩팥 기능은 60% 이상으로 회복하기도 한다.

콩팥 기능이 더 떨어져 29~15%인 ‘중증도 감소’ 단계가 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콩팥 기능을 약간 회복시킬 수 있거나,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15% 아래로 떨어지면 ‘치료’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말기 신부전’이라고도 한다. 이 정도로 나빠지면 콩팥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콩팥 기능 15%의 중요성은 콩팥암에서도 확인된다. 콩팥 기능이 40%인 만성콩팥병 환자가 콩팥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콩팥암 수술에서는 암이 발생한 쪽 콩팥 한 개를 떼어내는 ‘전(全) 절제’가 주로 검토된다.

문제는 콩팥 한 개를 떼어내면 한 개 남은 콩팥 기능이 20%로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30%로 높아지면 좋은데 15%로 떨어지면 말기 신부전이 된다. 그래서 이 콩팥암 환자는 암이 있는 콩팥 한 개를 다 떼어내지 않고 일부를 살리는 부분 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콩팥 기능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회복이 안 된다는 것도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콩팥 속 사구체(絲球體) 6개 중에서 5개가 완전히 못쓰게 되고, 하나만 남아 15% 정도의 기능을 한다. 반면 다른 사람은 사구체 6개 중에서 하나는 5%, 두 번째는 10%, 세 번째는 2% 등으로 6개의 평균이 15%인 때가 있다. 둘 다 콩팥 기능은 약 15%이지만, 콩팥 사구체의 상태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만성콩팥병의 치료 목표는 나이·콩팥 상태·기저 질환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콩팥은 회복력이 좋으므로 한번 나빠져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맹신해 술·담배를 즐기거나, 비만을 방치하며, 짠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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