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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에 전쟁 불똥... '이스라엘 비판' 신상 털리고, '증오범죄 우려' 학교 문 닫고

입력
2023.10.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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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학생들 겨냥, '신상털이' 트럭 등장
컬럼비아대, '외부인 출입 금지' 극약처방도

11일 미국 보스턴 시내에 등장한 이른바 '신상털이 트럭'. 대형 전광판에 최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 얼굴 등 개인정보를 번갈아 띄우고 있다. 엑스(@bsorks) 계정 캡처

11일 미국 보스턴 시내에 등장한 이른바 '신상털이 트럭'. 대형 전광판에 최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 얼굴 등 개인정보를 번갈아 띄우고 있다. 엑스(@bsorks) 계정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던 하버드대 학생들이 무자비한 신상털이의 희생양이 됐다.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는 이스라엘 출신 학생들을 향한 증오범죄 확산 우려에 외부인을 상대로 학교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전쟁의 불똥이 미국 대학가에도 튀면서 상아탑을 혼돈으로 밀어 넣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인근에는 이스라엘 비판 성명에 참여한 학생들을 저격하는, 이른바 '신상털이 트럭'이 등장했다. 미국 극우단체 '어큐러시 인 미디어(AIC)'가 운행하는 이 트럭은 해당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의 이름, 사진 등을 대형 전광판에 번갈아 가며 띄웠다. AIC는 '하버드대의 대표적인 유대인 혐오자들'이라는 낙인을 찍는 건 물론, "학교는 (해당 학생들을) 퇴학 조치를 취하라"라는 협박까지 했다.

대학가에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버드대 유대인 단체인 '힐렐'마저 AIC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성명 내용을 강력히 거부하고 서명한 이들에게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 책임이 개인에 대한 공개적 위협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AIC 대표는 "학생들이 사죄하면 이름을 내려줄 것"이라며 위협 행동을 이어갔다.

이 같은 공격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성명 철회'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비판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내 34개 학생 모임 중 "성명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모임은 이날 기준 8개로 늘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전날 미국 내 유대인 자본의 '취업 블랙리스트 등재 위협'에 이어, 또 다른 차원의 후폭풍이 일고 있는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 모임인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Harvard Palestine Solidarity Groups)'이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서. 페이스북 캡처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 모임인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Harvard Palestine Solidarity Groups)'이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서. 페이스북 캡처

전쟁발 혼란에 빠진 건 하버드대뿐만이 아니다. 뉴욕 컬럼비아대는 이날부터 직원, 학생이 아닌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한 이스라엘인 학생이 도서관 앞에서 폭행을 당한 데 따른 극약 처방이다. 폭행 용의자는 19세 여성으로,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이스라엘인에 대한 증오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이러한 결정에는 13일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마스 수장 출신인 칼레드 메샤알은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뉴욕 경찰 등은 비상근무에 돌입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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