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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을 달래준 부석사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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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저 멀리 소백산 기슭으로 사라지자, 황금빛 비단을 감쌌던 부석사 무량수전이 단아한 무명천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경북 영주시 부석사의 해 질 녘 풍경이다. 부석사는 678년 통일신라 문무왕 때 의상 대사에 의해 건립됐고, 1016년 고려 현종 때 재건한 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곳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 건물인 무량수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부석사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등재된 한국의 산지 승원 중 한 곳이다.
부석사에서 무량수전과 안양루를 보고 나서려는 순간, 우연히 무량수전 옆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에 눈길이 갔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석탑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갑자기 “숲속에 웬 석탑이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석탑은 사찰 대웅전 앞이나 가람의 정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석탑은 본당인 무량수전의 동쪽 숲속에 들어앉았다. 처음 보는 풍경에 처사에게 물어보니 “무량수전에 안치된 아미타불이 정면이 아니라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안치되어 있어 불상이 향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석탑의 광채는 왠지 모를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상실한 채, 하루하루를 자신이 속한 사회의 틀과 룰에 맞춰 살아간다.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문득문득 공허함에 허기를 느끼고 슬픔에 잠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을 한자리에서 버텨온 부석사의 삼층석탑이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잊고 있던 ‘빛나는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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