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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음이 “축복”이라는 이스라엘 아버지의 부정, “인질이 된 것보다는…”

입력
2023.10.12 21:36
수정
2023.10.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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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만 108구, 키부츠 거주 부녀
8세 딸 사망 소식에 차라리 안도

미국 CNN방송에서 1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 토마스 핸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캡처

미국 CNN방송에서 1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 토마스 핸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CNN 캡처

마치 꿀 같은 금발머리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반에서 가장 키가 컸던 여덟 살 딸 에밀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사망했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토마스 핸드는 그저 “다행이다”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죽음이 차라리 안도가 되는, 지옥이 된 이스라엘의 참상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에 살던 핸드의 이야기를 전했다. 핸드는 아내가 몇 년 전 암으로 사망한 이후 딸인 에밀리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피의 토요일’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6일, 에밀리는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겠다면서 외출했다. 그리고 기습 당일, 비상 사이렌이 울렸지만 핸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키부츠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살던 8세 소녀 에밀리의 생전 모습. CNN 캡처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살던 8세 소녀 에밀리의 생전 모습. CNN 캡처

핸드는 “총소리를 듣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면서 “(기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달려가서 딸과 딸의 친구, 그리고 친구의 어머니를 데려올 수도 있었다”고 늦은 후회에 가슴을 쳤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거듭 말했다.

400명의 주민이 살던 비에리 키부츠는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108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하마스에 의한 인명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인질도 여럿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아침 갑작스레 이뤄진 하마스의 공격에 키부츠 주민들은 금방 이스라엘 방위군이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한참 후에야 당도한 이스라엘군은 키부츠를 장악한 하마스 무장 대원과 며칠간 전투를 벌인 끝에 지역을 탈환했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출되어 인근의 호텔로 대비한 핸드에게 에밀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도착했을 때 그는 미소 지었다. 핸드는 CNN에 “모든 끔찍한 가능성 가운데 ‘죽음’은 그나마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핸드는 “딸은 죽었다. 지금 어딘가에 홀로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자지구에 (인질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라면서 “어두운 방에 갇혀 두려움에 떨며 매 순간, 몇 년을 고통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죽음은 축복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150여 명의 인질이 하마스에 의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12일 억류된 인질 가운데 9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의 가족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또 하마스의 기습이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사망한 이스라엘군인 222명의 가족에게도 전사 소식이 전해졌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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