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공개 원칙' 감사원의 중간발표 남발, 최근 10년간 尹 정부서 '절반'

입력
2023.10.12 16:30
수정
2023.10.12 16: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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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10건... 그중 5건 윤 정부 발표
문 정부 겨냥 4건... '표적 감사' 논란 자초
박주민 "감사원 사무처 폭주 책임 물어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최근 10년간 감사원의 중간발표 중 절반이 출범한 지 1년 5개월 남짓한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이 진행 중인 감사 내용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중간발표에 나선 감사들이 주로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표적 감사', '정치 중립'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감사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이 2013년부터 최근 10년간 최종보고서 공개 전 중간발표를 진행한 건수는 총 10건이었다. 이 중 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에서 5건의 중간발표가 있었다. 중간발표 자체도 이례적인 데다 현 정부 들어 집중됐다는 얘기다. 나머지 5건의 중간발표는 박근혜 정부 때가 4건, 이명박 정부 때가 1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중간발표 사례가 없었다.

문제는 진행 중인 감사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의 '감사계획 및 감사결과 등의 공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감사가 진행 중인 사항에 관하여 그 내용을 공표·누설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할 수 없다. 최종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발표를 할 경우, 낙인 효과 등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자칫 감사 자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공익성 △국민적 관심 등을 인정하는 별도 단서조항을 만들어 중간발표를 통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감사원은 중간발표를 진행한 감사 현안에 대해 '단서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구체적 사유가 무엇이냐'는 박 의원실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실시된 5건의 중간발표 중 4건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점도 표적 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을 시작으로 △비영리단체 지원 실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등을 감사 대상으로 삼아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일어났거나 중점 추진한 사업에 대한 감사였다. 감사원 측은 표적 감사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중요사항들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감사원 사무처가 본인들의 권한을 남용해 피의사실 공표와 다름없는 중간발표를 남발하고 있다"며 "감사원을 합의제 기구로 둔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감사원 사무처의 폭주에 마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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