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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로 이름 바꿔라"… 보훈부 이어 행안부도 '정율성 논란' 참전

입력
2023.10.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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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이은 시정 권고, 광주시 반발
화순 능주초 흉상·벽화도 철거 검토

11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도로명 표지판. 광주=연합뉴스

11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도로명 표지판. 광주=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광주시 남구 양림동 일부 도로에 부여된 ‘정율성로’ 도로명을 변경하라는 시정 권고 조치를 12일 내렸다.

행안부는 이날 “6ㆍ25 전쟁을 일으킨 적군의 사기를 북돋고 남침에 참여한 인물을 찬양하기 위한 도로명은 부적절하다”며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할 수 있어 광주광역시 남구에 ‘정율성로’ 도로명 변경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184조 중앙행정기관이 지자체 사무에 대해 조언, 권고,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했다. 다만 권고 사항이라 강제력은 없다. 정율성로는 총 257m 길이로 남구 양림동 출신의 정율성 업적을 기리고,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을 목적으로 2008년 광주 남구청이 부여한 도로명이다.

행안부 조치는 전날 국가보훈부가 ‘정율성’ 관련 사업 일체를 중단하라고 광주시에 시정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훈부는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이 6ㆍ25 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인 만큼 대한민국이 기릴 인물이 아니다”며 광주시와 남구, 동구, 전남교육청, 전남 화순군, 화순교육지원청 등 6개 기관에 사업 중단을 권고했다. 보훈부는 정율성 관련 사업에 대해 국가보훈법 및 국가유공자법 등에 저촉되는지 법리 검토 중인데, 위법 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 단계 격상해 광주시 측에 ‘시정 명령’ 조치를 검토 중이다.

11일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 흉상이 설치돼 있다. 화순=연합뉴스

11일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 흉상이 설치돼 있다. 화순=연합뉴스

이에 대해 광주시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 측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광주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 사항이 없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전남 화순군은 능주초와 일대에 설치된 정율성 기념 시설물 철거 여부를 두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정율성이 1923년 2학년까지 다녔던 능주초엔 개교 100주년인 2008년 정율성 흉상이 건립됐다. 2017년에는 정율성 벽화와 교실도 조성됐다. 능주초 인근엔 정율성 전시관(고향집)도 있다. 능주초 서재숙 교장은 전날 교육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화순군에 철거 조치를 요구했고, (철거를)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정율성 논란이 일면서 이 학교엔 비방과 욕설 전화 등이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화순군은 “학교도 전시관도 (철거하려면) 상위 부서와 협의 등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행정 절차를 거쳐서 철거가 최종 확정이 되면 즉시 이행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답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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