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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좀 해달라"... 재난 공무원의 절박한 '민원'

입력
2023.10.1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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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10시 불이 켜 있는 세종정부청사 중앙동 모습. 조소진 기자

5일 오후 10시 불이 켜 있는 세종정부청사 중앙동 모습. 조소진 기자

"정말 이렇게 많이 일한다고요?" 엑셀 칸마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17개 시‧도 재난 담당 공무원들의 월별 초과근무 현황을 보며 의원실 비서관에게 되물었다. 충북 소재 재난 담당 공무원의 7월 초과근무는 75시간, 전남 67시간, 경북은 66시간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한 달 평균 45시간, 일반 직장인의 일주일 근무시간(40시간)만큼 '영혼을 갈아 넣고' 있는 셈이다. 본보 기사를 통해 처음 드러난 재난 담당 공무원의 초과근무 현황은 참담했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취재를 할수록 과로에 찌든 이들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30대 재난 담당 공무원은 금요일 점심시간 전화 인터뷰 이후 '근무하다가 생각나서 두서없이 적었다'며 두 번이나 이메일을 보내왔다. 발송 시간은 그날 오후 9시 23분과 일요일 낮 12시 54분. 그 시간까지 일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대형 참사 때마다 재난 담당 공무원 확충을 말해 놓고 정작 뒤돌아선 '나 몰라라' 하는 공직 사회에 회의를 느낀 그는 "올해 안에 퇴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일 국정감사장에서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책임자가 그만두는 것으로 재난을 막을 순 없다"고 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사이, 재난‧참사 발생 책임은 현장에서 구슬땀 흘려온 이들에게 매서운 칼날로 되돌아가고 있다. '열심히 일한 결과는 징계와 구속‧사망'.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표현은 어느새 재난 담당 공무원의 처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이 됐다.

그럼에도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는 "수당 인상과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반 행정직을 방재안전직 정원으로 전환(복수직)하면 담당 인력을 늘릴 수 있다는 재난 담당 공무원들의 계속된 제안에 귀 기울였는지조차 의문이다.

인터뷰한 재난 담당 공무원이 보도 직후 문자를 보냈다. "수당 인상도 좋지만 그냥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000부 ***과 많이 취재해 주세요. 수년간 이 사태를 묵살한 부서입니다." 제보를 겸한 '취재 민원'이었다. 그 민원에, 아니 벼랑 끝에 선 재난 담당 공무원의 구조 신호에 응답하리라. 다짐한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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