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경쟁에 '과로' 일상된 택배노동자... 인권위 "작업환경 개선해야"

입력
2023.10.31 15: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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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 소방시설 설치 법제화해야
야간근무 규제, 쉴 권리 보장도 필요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9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택배 등 생활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법률 및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21일 생활물류센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의 입법을 국회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2021년 신종 코로나바아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른 물류센터 종사자의 근무 강도가 높아지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새벽배송 등이 늘며 물류센터 종사자들의 과로는 일상이 됐고, 여름엔 온열질환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 △취약한 화재 시설 개선 △냉·온방설비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가령 '창고시설'로 분류된 건축법상 센터는 냉·난방 및 환기 시설 설치 의무가 없는데, 최근 이상기후로 폭염과 한파 등이 심해지며 근로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인권위는 "생활물류센터는 창고시설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사람이 근무하는 사업장"이라고 지적했다. 생활물류센터에 완화된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또 새벽배송이 증가하면서 야간노동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달 60대 택배 노동자가 쿠팡 물품을 새벽배송하다 숨진 사례에서 보듯, 상당수 과로사가 야간에 발생하는 만큼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로사 해결을 위해선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2020년 발표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를 보면, 택배서비스 종사자는 일주일에 6일, 주당 평균 71.3 시간을 일해 심각한 과로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대부분의 택배서비스 종사자가 특수형태근로자라 근로기준법 제한을 받고, 휴일이나 휴가 등의 보호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생활물류산업서비스발전법 등 관련 법령에 휴가 등 쉴 권리, 노동조건 개선 기준을 명시하는 등 구체적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권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생활물류센터 및 택배서비스 종사자도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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