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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부터 하마스 훈련시켜" 이란 배후설 여전... 확전의 키도 이란 손에

입력
2023.10.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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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헤즈볼라 등 중동 무장세력 돈줄 쥔 이란
복잡했던 이스라엘 기습 작전에 자금·기술 댔나
"가자지구 소멸 시 이란 참전" 예고...확전 우려도

8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 시스템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아슈켈론=로이터 연합뉴스

8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 시스템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아슈켈론=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는 시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이번 대응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특히 하마스가 최소 1년간 이번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이란으로부터 훈련과 무기를 지원받았다는 구체적 증언까지 나왔다. 공격의 배후이든, 향후 직접 개입이든, 결국 이란의 행보가 이번 전쟁의 확대 여부를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마스, 레바논 '훈련 캠프' 다녀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중동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날려 보내고 있는 로켓과 드론 4,000대 이상을 제조할 수 있도록 이란이 기술적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일부 하마스 조직원은 레바논 ‘훈련 캠프’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이란 후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기술고문들로부터 첨단 군사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WP는 전했다. 헤즈볼라에 대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8월부터 이란,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한 세력”이라고 지목했다.

물론 이란과 하마스는 ‘이란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미국조차 확언을 피하고 있다. 조나단 파이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미 ABC방송에서 “미국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광범위하게 연루됐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직접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신중 모드를 취한 셈이다.

중동 테러단체 키우는 이란...확전에 큰 영향력

9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침투한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카프르 킬라=AP 연합뉴스

9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침투한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카프르 킬라=AP 연합뉴스

이번 기습의 정밀도나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하마스가 외부 도움 없이 단독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동 대테러 작전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육지·바다·하늘과 국경을 넘나든 복잡한 공격, 이를 위해 필요했을 훈련·인원·통신·무기의 규모는 이란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패러글라이더 공격은 가자지구 밖에서 훈련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 서방 정보당국자도 “작전 준비는 최소한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를 수년간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작전 배후로 이란이 유력하다고 미국 CNN방송은 설명했다. 2020년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지원한 돈은 연간 1억 달러(약 1,350억 원)에 달한다. 마이클 아이젠슈타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도 “이번에 사용된 전술은 이스라엘의 사기를 꺾고 회복력을 약화하기 위해 수개월에서 수년마다 공격한다는 이란의 작전 개념과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확전 여부도 이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중동 무장단체의 자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고위급 간부 알리 바라케는 이날 AP통신에 “이란군 장교들이 공격 계획을 지원했다거나, 베이루트에서 열린 사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란과 거리를 두면서도, “가자지구가 소멸 위기에 처한다면 이란과 헤즈볼라도 참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게다가 지난 8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로켓과 박격포를 쏘며 교전을 벌였고, 이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에 전차부대를 보낸 것도 ‘제2의 전선’ 발생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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