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000만 원 들인 과일 홍보 영상... "하루 한 명도 안 봤다"

입력
2023.10.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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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썬키스트" 과일 브랜드 사업
세금 투입 15초 영상, 조회 수 170회
'올해의브랜드대상' 셀프 수상하기도

썬플러스 홍보영상 캡처

썬플러스 홍보영상 캡처

정부가 썬키스트 등 해외 과일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키우고 있는 국내 과실 브랜드 ‘썬플러스’ 관련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 2,000만 원을 들인 15초 분량 홍보 영상 조회 수가 170회에 그치는 등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내역을 보면, 농식품부는 내년 ‘과실 브랜드 육성 사업’에 5억4,000만 원을 편성했다. 농식품부는 고품질 과일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재배 과정을 관리해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자유무역협정(FTA) 특별법 등을 근거로 매년 수억 원이 해당 사업에 쓰인다.

썬플러스 홍보영상 캡처

썬플러스 홍보영상 캡처

그러나 관련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허투루 사용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1,979만2,000원을 투자한 ‘2023년 썬플러스 홍보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이날 기준 170여 회에 불과하다. 3월 20일 제작된 후 하루 1명도 보지 않은 셈이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국내 과실 브랜드 육성 사업 결과로 7년 연속 받은 ‘올해의브랜드대상’도 사실상 ‘셀프 수상’에 불과했다. 과일 브랜드 육성 전담기관인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매년 990만 원씩 6년간 총 5,940만 원을 시상 주관 단체인 한국소비자포럼에 지급했다. 해당 비용은 결국 수상 소식을 전하는 언론사 광고기사 비용으로 활용됐다. 홍보 효과가 전혀 없는 홍보 영상 제작과 셀프 수상 등에 쓰인 홍보 예산은 연간 6,000만~1억5,000만 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과실 브랜드 육성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인지도가 낮은 건 부실한 홍보 영상 제작 등으로 국민 혈세가 줄줄 새고 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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