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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딸 홀로 돌보며 눈물바람... 옛 상처 떠올린 '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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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윤계상(45)은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 백혈병에 걸린 딸을 폐차장에서 일하며 홀로 키우는 명준을 연기한다. 윤계상은 이 드라마 대본을 받고 옛 상처가 떠올라 울컥했다.
"반려견 세 마리를 10년 넘게 키우고 있는데 그중 한 녀석이 구강암에 걸려 죽을 뻔했어요. 진짜 오열했거든요.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쭌'(그룹 god 맏형 박준형)이 형이 코로나 유행했을 때 어린 딸 걱정에 (혹시나 전염시킬까) 밖에서 하던 일을 다 멈췄다고 하더라"며 "아이는 없지만 지난해 결혼도 하고 나이도 드니 (명준의 처지가) 훨씬 더 다가왔다"고 말했다. 병원에 아픈 딸을 두고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 아버지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머리카락도 일부러 텁수룩하게 기르고 수염도 깎지 않았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배우로 나선 윤계상이 작품에서 아버지 역을 맡아 애틋한 부성 연기를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무자비한 범죄조직 두목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연기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택했다. 스물한 살에 그룹 god로 데뷔해 20대 청춘스타로 사랑받던 연예인은 그렇게 '아버지'가 됐다. "저도 오십을 바라보잖아요. 이제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흰머리도 나고 자정이 되면 저도 이제 (나이를 먹어) '할아버지 얼굴'이 나오거든요, 하하하".
반전은 따로 있다. 윤계상은 '유괴의 날'에서 유괴범으로 나온다. 그가 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처의 꼬임에 넘어가 부잣집 딸 로희(유나)를 유괴하면서 드라마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윤계상은 순박하면서도 어수룩한 아버지와 파렴치한 유괴범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가 로희와 옥신각신하며 보여주는 코믹 연기는 극의 백미다. '천재 소녀' 로희는 실수투성이인 명준을 효자손으로 때리며 늘 윽박지른다. 윤계상은 로희를 연기하는 유나의 실제 아버지와 동갑이라고 한다. 아이가 아버지뻘 되는 어른을 효자손으로 때리는 모습으로 반전을 주는 재미는 윤계상이 촬영장에서 직접 낸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재개발지역의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사는 명준은 로희에게 유통기한 4년 지난 밀가루를 풀어 부친 전에 설탕을 뿌려 준다. 이 '짠내' 나는 모습은 윤계상이 데뷔 전 경기 일산의 반지하에서 숙소 생활을 할 때 식비가 부족해 새우깡을 냄비에 물 넣고 소금 풀어서 죽을 해 먹던 시절 겪었던 일이다. "명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 god 팬들이 '옛날 윤계상 아냐?'라고 하더라고요." 윤계상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반전으로 입소문을 탄 '유괴의 날'은 1%대 시청률로 출발하더니 방송 중반을 넘어서며 4%(5일 방송 기준)대로 껑충 뛰었다. 드라마 화제성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과 함께 1~3위(키노라이츠)를 오르내리며 주목받고 있다.
윤계상은 올해 god 데뷔 25주년을 맞았고, 연기 활동은 20년을 꽉 채웠다. 3년 전 뇌동맥류로 수술대에 오른 그는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잘 살아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최근 KBS2 추석 특집 god 공연을 마친 뒤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공연엔 대장암 판정을 받고 3년 동안 투병할 때 남자친구의 옆을 여자친구가 지켜줬고, 그 덕에 올 초 완치돼 지난달 결혼한 뒤 신혼여행까지 미룬 부부 등이 참여했다. 그때 느낀 책임감이다.
"제가 청춘의 흔들리는 모습을 그간 많이 보여줬던 거 같은데 그렇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수 출신이 과연 잘할까란) 의심 속에서 배우 생활을 오래 한 것처럼 그렇게 소신대로 꿋꿋하게 밀고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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