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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깨고 기득권 지키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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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기득권이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기득권을 자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성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얻어진 힘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고 관성대로 하다 보면 유지되는 힘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딱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기다. 양당은 아직 내년 선거 제도와 선거구를 정하지 않았다. 선거 1년 전인 올해 4월 10일까지 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법에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왔다. 선거 룰을 정하는 게 양당만 가진 권한은 아니지만 지금의 구조에선 양당의 결심 없이 선거 룰을 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서로가 서로를 기득권이라고 부른다. 야당은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권력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여당은 야당이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문제 삼으며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시민들은 상대에 대한 비판을 빼면 무엇이 다른지를 묻는데, 양당은 서로 익숙한 방법으로 힘을 지탱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관성대로 하는 기성 권력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은 내년 선거에서 새롭게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고 싶은 정치 신인이다. 의정 활동 보고서나 현수막 등으로 이름을 알린 현역 의원과 달리 신인들은 예상 출마 지역에서 명함 등을 나눠 주며 인지도를 쌓는다. 하지만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니 어느 지역까지 활동할지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나중에 인구 변화로 선거구가 달라지면 명함을 다 돌렸는데 내 선거구가 아니게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군소 정당도 답답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한 표라도 많이 받은 쪽이 당선되기 때문에 군소 정당이 진입하기 어렵다. 비례대표 의석 수를 많이 보장하는 선거 제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와 결정 권한이 양당의 합의에 달려 있는 상태다 보니 시민들이 힘을 보탤 자리도 좁다.
가장 크게 권리를 제한받는 건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정치 역량으로 경쟁하길 바라지만 △그런 장면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소신 있게 투표하고 싶지만 늘 차악을 고르게 되는 이유가 선거 제도에 달려 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 선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선거 제도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고스란히 유권자의 시간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국회는 선거 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며 국민 500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인 공론조사까지 진행했다. 공론조사 결과 시민들은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데 크게 호응했고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토론을 거친 뒤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얼마든지 새로운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하지만 여야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렴할 기구를 구성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반대도 찬성도 대안도 없이 약속만 미뤄 왔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은 멀리 있지 않다. 원래 그런 일이라는 관성을 내려놓고 정해진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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