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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로얄살루트에 왜 장미 꽃잎을 새겼을까

입력
2023.10.12 09: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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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패션 디자이너 리처드 퀸과 협업
위스키 회사 페르노리카가 패션과 손잡은 이유는
예술적 가치 중시하는 소비자 취향 공략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한정판 신제품 '로얄살루트21년 리처드 퀸 에디션2'(리처드 퀸 에디션2) 제품 모습. '오렌지 로즈'(오른쪽), '데이지' 2종으로 흰색 바탕의 제품은 면세점용이다. 이소라 기자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한정판 신제품 '로얄살루트21년 리처드 퀸 에디션2'(리처드 퀸 에디션2) 제품 모습. '오렌지 로즈'(오른쪽), '데이지' 2종으로 흰색 바탕의 제품은 면세점용이다. 이소라 기자


검은색 바탕에 장미 꽃잎과 하얀 물방울 도트가 수놓아진 '오렌지 로즈', 녹색 바탕에 하얀 데이지 꽃이 흩뿌려진 '데이지'.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이 우아한 그림들은 사실 위스키 병에 새겨진 문양이다. 영국 패션 디자이너 리처드 퀸의 꽃문양을 적용해 예술적 가치를 더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한정판 신제품 '로얄살루트21년 리처드 퀸 에디션2'(리처드 퀸 에디션2)의 모습이다. 가격은 30만 원 중반대로 4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돼 출시 전부터 위스키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



"뉴럭셔리 소비자 겨냥"…창의성·혁신적 이미지 제고

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리처드 퀸 패션 디자이너(왼쪽부터), 프란츠 호튼 대표(CEO), 마티유 들랑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미구엘 파스칼 마케팅 전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리처드 퀸 패션 디자이너(왼쪽부터), 프란츠 호튼 대표(CEO), 마티유 들랑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미구엘 파스칼 마케팅 전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단순히 마시는 주류를 넘어 위스키를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 제품의 품격과 가격을 높이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마티유 들랑 로얄살루트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는 "전통적 위스키를 넘어 트렌디함을 추구하고 예술에 관심이 깊은 뉴럭셔리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새 디자인으로 역동적 이미지를 불어넣고 다른 제품과 차별화한 특별한 가치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1월에도 리처드 퀸과 손잡고 파란 장미를 위스키 병에 새긴 '리처드 퀸 에디션'을 선보였다. 앞으로 다른 패션 디자이너와 손잡고 새로운 디자인의 위스키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다. 위스키와 패션은 동떨어진 분야인 것처럼 보이지만 ①장인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며 ②창의적이고 ③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목표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창의적 결과물을 위해 회사는 디자이너에게 특별한 요청을 하지 않고 디자인과 관련한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퀸은 망고, 바나나의 과일향에 딸기잼, 배의 달콤함, 맵고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진 위스키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꽃문양을 활용했다. 앞서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증류소로 꼽히는 스트라스아일라를 찾아가 제조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로얄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과 함께 최소 21년 이상 숙성된 몰트, 그레인 원액 등을 엄선하고 블렌딩해 깊은 풍미의 원액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맛·풍미도 중요하지만…스토리·디자인·희소성 가치↑

5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3'에 전시된 위스키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의 모습. 영국 출신 작가 케이트 맥과이어의 작품 '파라곤'과 한 세트로 구성돼 가격이 1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5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3'에 전시된 위스키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의 모습. 영국 출신 작가 케이트 맥과이어의 작품 '파라곤'과 한 세트로 구성돼 가격이 1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처럼 위스키 병에 힘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가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 스토리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아버지 세대에서 위스키의 맛과 풍미가 중요했다면 요즘 MZ세대는 디자인, 희소성, 스토리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30년 숙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입히는 식으로 하이엔드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을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공개하는 이유도 국내 시장이 위스키에 입문하는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주류연구기관 IWS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의 위스키 성장률은 전년보다 49% 올랐는데 같은 기간 로얄살루트의 국내 도매상 출고량은 57% 뛰었다.

마티유 들랑 디렉터는 "한국은 창의성과 혁신으로 세계 트렌드를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강력한 전통까지 지녔다"며 "한국에서 어떤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지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 첫 번째 출시국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미 국내에서 예술적 가치를 더한 위스키를 초고가에 판매한 경험이 있다. 5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3'에서 선보인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영국 출신 작가 케이트 맥과이어의 작품 '파라곤(Paragon)'과 한 세트로 구성되면서 가격이 1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전 세계 스물한 병 생산돼 국내에 한 병만 들어온 제품으로 당시 현장에서 한 관람객에게 즉석 판매돼 화제가 됐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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