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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글날도 되찾지 못한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내 명예회복 먼저" [한글날 577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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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을 보필하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 자음과 모음의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 바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발견된 간송본(안동본)이 원본이자 유일한 판본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경북 상주시에서 '상주본'이 발견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상주본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소장자 사이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가로의 반환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해례본을 돌려달라는 공문을 18회나 발송했고, 상주본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소장자는 "(기소가 되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았던) 개인의 명예회복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장자 배익기(60)씨는 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상주본을 반환하라는 지속적인 압박을 할 게 아니라, 저에게 최초 발견자라는 명예를 회복해 주는 등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다음 방법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나 진상규명 등을 통해 결과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명예회복'을 선제 조건으로 제시한 배씨의 입장은 그가 정부의 상주본 반환 절차에 강하게 반발해 오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배씨는 6일 서울 영등포구 대한민국헌정회에서 열린 '훈민정음 상주본 반환 촉구 토론회'에서도 "반환의 초점은 돈(반환에 따른 대가)이 아니다"며 "저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고, 이에 대한 명예회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상주본 발견 과정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훼손 우려가 높은 상주본 보존 상태에 대해서는 "괜찮지 못하다는 것을 세상이 알고 있지 않느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이다. 당시 배씨는 "집수리 도중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다"며 언론에 상주본을 공개했다. 당시 유일한 해례본이었던 간송본과 같은 내용이 담겼으면서도 보존 상태는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대중과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상주본의 소유권을 놓고 길고 긴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당시 상주시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던 조용훈(2012년 사망)씨는 "배익기씨가 고서적 구매과정에서 상점에 있던 상주본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2011년 승소 판결을 받은 뒤 2012년 훈민정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조씨는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병으로 사망했다.
배씨는 조씨로부터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에 대한 강제집행 움직임을 보이자 2017년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문화재청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배씨가 과거 보상금으로 1,000억 원을 언급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배씨 사무실 등에 대한 강제집행에도 나섰지만 상주본을 찾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배씨의 자택 화재 등으로 상주본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반환 문제가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원광호 한국바른말연구원장은 "상주본 반납과 관련한 논의가 더 이상 결과 없는 메아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배씨와 문화재청 모두 책임의식을 갖고 실질적인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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