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 순국자 추모식 40년 만에 국가 행사로

입력
2023.10.08 14:32
수정
2023.10.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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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행' 규정 불명확해 예우 미흡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최금영 전 연합뉴스 사진담당 국장이 폭발 직전 찍은 사진으로, 촬영된 필름에까지 피가 스며들어 사진이 피와 화약흔으로 얼룩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최금영 전 연합뉴스 사진담당 국장이 폭발 직전 찍은 사진으로, 촬영된 필름에까지 피가 스며들어 사진이 피와 화약흔으로 얼룩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순국한 17명의 국가유공자들을 예우하기 위한 추모식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행사의 격식을 갖춰 치러진다.

국가보훈부는 9일 오후 2시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서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40주기 추모식을 거행한다고 8일 밝혔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양곤에서 발생한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는 북한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고 전두환씨를 암살하기 위해 감행했다. 이로 인해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등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을 비롯해 수행원과 취재진 등 17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명확히 규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순직자 17명은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순직 사유처럼 북한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추모식은 매년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할 정도로 정부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30주기였던 2013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주관으로 행사가 열린 적은 있으나, 보훈 주무부처가 아닌 데다 대통령 화환도 없이 진행돼 정부 행사로서의 격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보훈부의 설명이다.

당시 미국 등 69개국이 북한을 규탄했고 테러가 발생한 곳이었던 미얀마를 포함해 10여 개국은 북한과 단교하거나 수교 거부를 선언할 정도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북한에 의해 희생됐다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테러에 대한 남한의 보복이 이뤄질 경우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당시 자칫 한반도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에도 순직자에 대한 성격이 제대로 규정되지 못한 것에 유족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부는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가 북한의 소행임을 명확히 한다"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초석을 놓고자 순국한 분들과 유가족을 제대로 예우하겠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앞으로 매년 추모식 때 대통령 화환을 보내고 10년 주기로 정부 차원의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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