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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평 12억에도 경쟁률 100대 1…공급 대책에도 분양가 뛴다

입력
2023.10.08 1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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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원 이상 고분양가에도 구름 인파
더 과감해진 건설사…청약 흥행의 역설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줄줄이 분양시장에 나오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거세지지만, 공급 부족 여파로 경쟁률이 100대 1 안팎에 이르는 등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뉴스1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줄줄이 분양시장에 나오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거세지지만, 공급 부족 여파로 경쟁률이 100대 1 안팎에 이르는 등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뉴스1

고금리 우려에도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서울 불패' 현상이 이어지면서 '청약 흥행의 역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억 원이 훌쩍 넘는 고분양가에도 청약 인파가 몰리며 흥행하자 시행사들도 더 과감히 분양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원인이라고 판단한 정부는 추석 직전 급하게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앞서 5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24가구 모집에 2,393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9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평형은 세 자릿수(129대 1) 경쟁률까지 나타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국민평형) 분양가는 11억5,000만 원 선(최고 11억6,800만 원)이다. 옵션 등을 포함하면 12억 원에 육박한다. 인근 새 아파트 답십리파크자이(2019년 입주)의 최근 실거래가(11억8,000만 원·5월)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난 8월 동대문구 이문동(이문1구역)에서 분양한 '래미안라그란데'보다 1억 원 가까이 비싸다. 래미안라그란데 전용 84㎡ 분양가는 10억 원대였다. 인근 헌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이른바 '안전 마진'이 부족한 데도 구름 인파가 몰리며 청약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흥행 불패 서울에서는 분양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예컨대 동대문구에선 4월부터 분양이 잇따랐는데, 당시만 해도 전용 84㎡ 분양가는 8억2,000만~9억7,000만 원 선이었다. 4개월 뒤 같은 면적 분양가가 10억 원대를 넘어서더니, 급기야 11억 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 지역에서 곧 선보이는 강북 재개발 최대어 이문아이파크자이 조합도 몇 차례 분양을 미룰 만큼 분양가 책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선 "조합이 과감히 분양가를 올릴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울에선 고분양가에도 줄줄이 흥행하면서 앞으로 10억 원 이하(국평 기준) 분양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당장 수요자 체감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민간의 사업 여건을 개선해 주택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 실제 주택 공급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한 분양대행사 임원은 "서울·경기는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고 고금리 등 여파로 당분간 신규 사업에 나서기 어려워 건설사로서 분양가를 올리면 올렸지 내릴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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