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극우가 몰아낸 하원의장, '더 극우'가 접수할 듯...미국 민주주의 위기 깊어진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소수 극우 강경파가 주도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축출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 위기론에 거듭 불을 지폈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려면 하원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정비되고 공화당의 극단주의가 누그러져야 하지만 비관적 전망이 많다. 하원의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공화당 인사들이 매카시 전 의장보다 극우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파 의장을 선출한다는 파격적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차기 의장은 관례에 따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나온다. 이달 11일(현지시간·잠정)에 실시되는 공화당의 하원의장 경선은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의 성향을 놓고 “가장 보수적인 공화당 지도자들의 대결 무대가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강경파의 구심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둘 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부정했고, 보수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조던 위원장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다.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을 단독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이 이 모임 소속이다.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의혹을 파헤쳤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 조사도 주도하고 있다.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 여야 합의 도출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건강이 약점이다. 2017년 야구 연습장에서 총격 테러를 당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두 사람은 4일 당내 의원들에게 보낸 출사표에서 '보다 선명한 공화당'을 강조했다. 조던 위원장은 “극좌 진보 정책이 우리의 안보와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 안보 강화와 (중남미로부터의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통제 강화, 정부 지출 통제 등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도 “우리는 미국을 다시 올바른 길에 되돌려 놓기 위해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와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인 케빈 헌 의원 등도 후보로 거명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판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대통령직을 되찾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스스로 밝혔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에 의해 쫓겨난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를 향한 경고음이라는 게 학자들 진단이다. 대니얼 지블랫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당내 이념적 주변부에 있는 소수파가 의회 전체를 상대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며 “민주주의가 곤경에 처했을 때 바로 이런 모습”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린 공화당 초강경파 하원의원 8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미국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8명 지역구 유권자들의 인종 구성을 보면 백인이 71%, 흑인은 8%였다. 이념 성향이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하원의장의 우경화는 악재다. 공화당 극우파의 의견을 더 쉽게 수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하원의 여야 협상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과의 합의 입법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다. 지블랫 교수는 “의회 협상의 교착과 기능 마비는 정부 무용론을 낳고 권위주의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협상의 전통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갈스턴 수석연구원은 4일 논평에서 “민주당 일부의 지지를 받는 온건파 공화당 소속 의장, 즉 ‘연합 의장’을 뽑아야 당내 소수 강경 세력의 횡포를 차단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양당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