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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파탄낸 중앙부처 서기관의 만취운전... 왜 징역 2년에 그쳤을까

입력
2023.10.05 18:00
수정
2023.10.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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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알코올 0.169% 시속 107㎞ 운전
가족 1명 사망하고 6명 다치는 참사
'위험운전' 요건 충족 안돼 형량 낮아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4월 세종 금강보행교 인근에서 차량 충돌 사고가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타고 있던 일가족 중 40대 여성이 사망하고 나머지 가족 6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차량은 제한 속도(시속 50㎞)의 두 배가 넘는 시속 107㎞로 달렸고, 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69%로 면허 취소 기준(0.08%)의 두 배가 넘었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중학생 아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게임에만 몰두해, 급기야 아버지가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육아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에 상담을 의뢰하기도 했다.

일가족의 운명을 한 순간에 뒤바꾸고, 한 중학생을 '금쪽이'로 만든 바로 그 사건의 가해자.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39)씨의 징역 2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급심에서부터 해당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 과실과 주행 상태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징역 2년이 적절하다고 결론내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과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징역 2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지만 형량이 징역 2년에 그친 이유는, 법원이 '위험운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검찰은 당초 김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보다 형량이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사고 당시 김씨가 만취 상태였고, 제한속도보다 57㎞나 빠르게 차를 몰았다는 점이 법 적용 근거였다.

법원은 그러나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상 '위험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의 기준치 초과 여부와 상관 없이 '음주로 인해 정상적 운전이 곤란하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당시 블랙박스를 보면) 김씨가 차선을 다소 이탈하기도 했고 과속을 했지만,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하고 추월하는 등 정상적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또 경찰 수사보고에 '어눌한 말투'와 '비정상적 보행'이 기재돼있긴 하나, 김씨가 큰 부상을 입은 직후였기에 이를 음주 때문만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과실도 문제가 됐다. 당시 피해 차량은 우회전만 가능한 교차로에서 반대 차선으로 진입하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차량의 비정상적 주행에도 과실이 있어 모든 책임을 김씨에게만 지울 수 없다"며 위험운전치사상보다 형량이 낮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을 적용해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무죄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며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형량을 다소 높였다.

이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선 특가법상 위험운전 조항에 적용되는 '정상적 운전'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모호해 '끼워맞추기식' 변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까다롭다"며 "명확한 판단을 위해 위험운전의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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