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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불량 선수가 스모판을 박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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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게 없다. 집안은 콩가루 수준이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다. 어머니는 여러 남자를 전전하며 자식의 돈을 탐한다. 남다른 몸집이 재산이다. 운동 신경이 있기도 하다. 유도 유망주였다. 달콤한 제안이 들어온다. 스모선수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흙수저’ 청년 기요시(이치노세 와타루)에게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성격이 문제다. 기성질서에 반기를 드는 모습은 매력이 있으나 불량함과 자만이 지나치다. 스모판을 박살 내겠다는 그의 호기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기요시는 이단아다. 스모판의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가 속한 도장에는 엄격한 서열이 있다. 스모의 전통이다. 참기 힘든 일을 선배가 시켜도 묵묵히 해내야 한다. 천생 반골인 기요시는 참을 수 없다. 기존 훈련 방식 역시 그는 용인할 수 없다. 그는 전통이라는 악습을 따르지 않아도 충분히 스모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은 폐쇄적인 사회다. 기존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른다. 스모판은 더 보수적이다. 게다가 기요시의 도장을 죽도록 미워하는 스모계 유력자가 있다. 기요시는 언제든 장기판의 말처럼 희생양이 될 수 있다. 현실에 적응하며 기회를 엿볼 것인가,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길을 갈 것인가. 기요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기요시를 미워하는 이들은 교활하다. 기요시는 위기에 처한다. 기요시만 재능을 지닌 건 아니다. 그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강자 시즈치(수미 히로키)가 혜성처럼 스모판에 등장한다. 그는 기요시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수수께끼 같은 과거를 지녔다. 둘의 맞대결은 피할 수 없다.
기요시의 불량함은 때론 정겨우면서도 때론 역겹다. 그가 선배들의 집단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는 장면은 통쾌함을 주나, 연약한 학생을 위협해 돈을 뺏거나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는 모습은 눈을 돌리게 만든다. 드라마는 기요시를 마냥 악인으로, 스모에만 정진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영웅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현실적이라 매력적이다.
인물에만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스모 유력인사들의 권위적인 행태, 스폰서의 비리나 횡포, 승부조작 시도 등 스모계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전통 스포츠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모를 통해 일본사회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요시는 여러 시련을 거치며 스모의 전통을 받아들인다. 선배들에게 여전히 고개를 뻣뻣이 세우나 봉두난발 같은 머리를 엘리트 선수처럼 깔끔히 정리한다. 원장의 훈련 방식을 묵묵히 받아들여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려 한다. 체제에 순응하는 이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드라마는 암시한다. 무척 일본적이다.
한국인에게 스모는 일본의 씨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덩치 큰 선수들이 상대를 원으로 된 경기장에서 밀어내거나 넘어트리면 승부가 갈린다 정도의 경기 규칙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기술이 있겠냐 싶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결코 간단한 운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스모 선수들이 체력 단련과 기술 연마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화면을 채우기도 한다. 기요시의 도전은 꿈을 향한, 보통 젊은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낯선 경기를 소재로 하고 낯선 문화가 등장하나 누구나 쉽게 공감하며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6%, 시청자 99%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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