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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끝이 안 보인다"... 연휴 끝, 시장 발작

입력
2023.10.04 17:00
수정
2023.10.04 18: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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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개월 만 최대 낙폭
환율 1,363.5원 '연고점'
채권값 급락... '제2 SVB' 공포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6일간의 연휴가 막을 내리자마자 아시아 증시가 줄줄이 흘러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우려에 미 장기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달러 값이 급등한 여파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 내린 2,405.69에 마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2.56% 급락했던 3월 1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4%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하락폭은 올해 두 번째로 컸다.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휘청였다. 일본 닛케이225는 2.28% 내려앉았고, 홍콩 항셍도 오후 4시 기준 1.19% 약세를 보였다.

간밤 미 국채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한 충격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일(현지시간) 4.81%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경신했다. 30년물 금리도 4.93%로 5% 턱밑에 도달했다. 이에 다우지수는 1.29% 하락 마감했고,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전장 대비 1.87%, 1.37% 내렸다.

채권 금리 상승과 맞물려 달러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7선을 돌파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휴기간 내내 지속된 강달러 영향을 한꺼번에 흡수한 결과,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4일 금융시장 주요 지표. 그래픽=김대훈 기자

4일 금융시장 주요 지표. 그래픽=김대훈 기자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고금리 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마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나온 고용지표도 긴축 장기화 전망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8월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 건으로 시장 전망치(880만 건)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미 장기물 국채 금리가 조만간 5%선을 뚫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채권 금리 급등은 곧 채권 가격 급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SVB 사태와 같은 은행 유동성 위험이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SVB가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손해를 보고도 국채를 팔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났듯 다른 중소 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가·채권·원화 ‘트리플 약세’ 현상에 한국은행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국내 가격 변수와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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