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에 받아야지”…4·3보상금 지급률 저조

입력
2023.10.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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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35억 중 61%만 사용
작년에도 지급률 34% 그쳐
지급 결정 심사 절차 늦어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4·3추념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4·3추념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국가보상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제 지급률은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송재호(제주시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제주4·3보상금 집행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확보된 보상금 예산은 1,935억 원이지만 9월 현재까지 1,192억 원(61.6%)만 지급됐다. 연말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아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상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해당 예산이 불용 처리될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에도 보상금 1,810억 원 중 626억 원(34.6%)만 지급되는 등 실제 지급률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급 결정 인원을 보면 지난해 제주도 4·3실무위원회에서 심사한 1,875명 중 1,368명(72%)에게 보상금이 지급돼 당초 계획했던 2100명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역시 지급 결정 계획 인원은 2,150명이지만, 9월까지 결정된 인원은 1,272명(59%)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4·3희생자와 유족 등 300여 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5년 동안 1만447명에 대해 총 9,800억원(추산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송재호 의원은 “지난해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보상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행안부 소속 실무 인력을 증원할 것을 요구하면서 보상금 지급에 신속한 집행을 주문한 바 있다”면서 “이에 행안부도 올해 담당 인력을 종전 3명에서 7명으로 증원했으나, 보상금 결정과 지급 속도는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처럼 보상금 지급이 더딘 이유로 보상금 최종 심사를 맡고 있는 국무총리실 소속 4·3중앙위원회 보상금심의분과위원회의 '격월 개최'를 꼽았다. 4·3실무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총 7차례의 회의를 소집했지만, 보상심의분과위원회는 4번만 개최했다. 격월로 개최해 심의하다 보니 보상금 지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용되고 있다는 게 송 의원의 설명이다.

송 의원은 “보상금 집행을 위해 전권을 가지고 있는 보상분과심의위원회가 수시로 개최돼 75년을 기다린 4·3희생자와 유족들이 살아생전에 하루라도 빨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의위원회를 수시로 열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을 국정감사에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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