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고금리 장기화되는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입력
2023.10.04 18:30
3면
구독

대출잔액 2년 전보다 107조 증가
조달비용 상승에 금리인상 가능성
곳곳에 부실 경고등...위기 뇌관으로

4일 대출 전단지가 놓인 서울 명동 빈 상점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4일 대출 전단지가 놓인 서울 명동 빈 상점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개인사업자 대출이 최근 2년간 눈덩이처럼 불어 약 635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부채 수준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과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전체 금융업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634조9,614억 원에 달했다. 2021년 6월 527조4,244억 원에서 2년 사이 107조5,370억 원(20.4%)이나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수요가 늘고 초저금리가 계속되던 직전 2년(2019~2021년)과 달리 금리 인상기에도 대출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146조3,847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57.3%(53조2,947억 원)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은행에서도 각각 45.2%(6조8,904억 원), 10%(40조6,257억 원) 증가했다. 2년 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문제는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국채는 물론 은행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은행권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금리 분포는 4~6%대, 신용대출은 5~8% 수준에 형성돼 있다. 저축은행 대출금리 상단은 법정 최고 수준인 20%까지 올라간 지 한참이다. 전체 대출금리가 0.2%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개인사업자 대출의 추가 이자 부담액만 1조2,7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미 부실 위험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0.86%로 2021년 말(0.43%)뿐 아니라 지난해 말(0.58%)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양경숙 의원실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액은 1조7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나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수치(5,076억 원)보다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신용보증기금에서 2020년부터 운영한 소상공인 위탁 보증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부실률이 9.1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최근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 분석도 이 같은 우려가 깔려 있다. 송 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영업자와 금융사 양쪽 모두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데, 정부의 연착륙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