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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필패전략, '내로남불'(국민의힘)과 '386세계관'(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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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비난을 받지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 식견에 따뜻함을 더한 마음으로 정치를 생각하는 두 청년의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모색한다.
내년 총선은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거이다. 한국일보 요청에 따라 내년 총선 패배를 초래할지 모를 위험요인을 정리해본다. 당인으로서 패배를 가정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주제지만, 총선 승리의 절실함을 담아 글을 써본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극우 유튜버와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한 점이 될 것이다. 어느 쟁점을 막론하고 극우 유튜버들의 지지를 통해 여론 주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난 정신 승리일 뿐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현실에서 강성 지지층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에서 정치지도자는 고독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극우 계층에 기대어 위로를 받는다면, 거기까지일 뿐이다. 지도자 본연의 역할인 국민 설득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며, 표의 확장도 있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주류가 국민이 아닌 유튜브를 보고 정치한다는 비아냥만 살 뿐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신격화하면서 그들만이 선이고 진리라고 이야기하는 강성 유튜버들이 있다. 이들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정당한 체포동의안 표결행위에 대해 가결표를 던졌다고 예상하는 의원들을 찾아 좌표찍기와 조리돌림을 했다. 다수 국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강성 지지층 요구에 휘둘려 국민 상식을 대변하지 못하고,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보면서 많은 유권자들은 표를 주고 싶은 마음을 거둬들였다. 진영을 뛰어넘어 국민 공감을 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내로남불'이다.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오만함에 취해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하게 국민을 속였다. 자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재보선에서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민주당이 당헌당규까지 수정해가며 공천을 억지로 밀어붙였다. 권력에 취해 국민 눈치조차 살피지 않았다. 그 결과 민주당은 보궐선거 참패뿐만 아니라 대선에서 패배해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국민의힘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역시 공천이다. 공정하지 못한 공천은 총선 패배 이후 발행한 총선 백서에서 단골로 꼽히는 패배 원인이다. 우리 정치가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다보니 공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공천권자를 대변하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공천권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발생하면, 컷오프라는 미명 아래 공천학살이 자행되곤 했다. 때로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명분으로 선거 직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전략공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 유권자나 국민의 상식을 대변하기보다 오로지 권력에 줄 서는 일에만 앞장섰다. 이런 공천이 이번 총선에서도 이뤄진다면 국민의힘은 국민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짚어본 위험 요인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첫째, 폐쇄성이 강화되면 우리 민주당이 패할 것이다. 늘 강조되는 우리 당의 '원팀' 정신엔 분명 양면이 존재한다. 크고 작은 현안마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토론과 논쟁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다른 의견을 말한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사상을 '검열'받고, 반동분자인 것처럼 몰려 '색출'당하는 것이 옳은가. 점점 당내 메시지가 일원화되거나, 다양한 의견들이 그저 공격받고 묵살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당에 필요한 건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집단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정치판 순혈주의가 아니라, 다양한 소신과 철학이 숨쉴 수 있는 민주주의 토양이다. 당내 강성팬덤의 움직임이 더욱 강해지며 다른 의견을 말한 이들에 대한 공격과 욕설이 이뤄지는 비정상적 흐름이 존재하는데도, 강성팬덤에 휘둘리는 방식으로 당이 운영되다간 민주당은 대중정당이 아닌 일부를 위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둘째, 세계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질 것이다. 이른바 '386 용퇴론'은 이제 닳고 닳은 정치개혁 구호가 되고 말았다. 특정한 세력을 물리적으로 찍어서 나가라는 말엔 나조차도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386 세계관'으로부터의 탈피는 절실해 보인다. 독재에 맞서 싸웠던 역사의 가치를, 민주열사들의 노고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다만 '민주화 그 이후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문법을, 과거의 의제를 그대로 차용하며 싸우는 것이 과연 승리를 담보할까? 유권자들은 국정난맥상에 지쳐가면서도 한편으론 민주당에 표를 주게 된다면 민주당이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물을 것이다. 독재세력에 맞선 민주화세력이라는 정체성만으로 2024년 선거를 치러낼 것인가? 우리는 새로운 진보진영의 담론을 만들어야 할 기로에 놓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상대 세력 비판에만 기대다간 패할 것이다. 피부에 와닿는 비전과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못하고 있는 건 자명하다. 현명한 국민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승패는 '이들을 향한 비판을 넘어서는 민주당표 비전은 뭔가'에 달려 있다. '무엇이 다른가'를 선보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 민주당은 대선을 치르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결국 앞서 얘기했던 두 번째 요인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민주당표 민생 비전은 무엇이 될 것인가, 이를 바탕으로 누구를 어떻게 공천할 것인가,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하고 쓰임받을 것인가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확실한 정답이 필요하다. 민생 경제 위기,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여전히 사회가 포용하지도 제도가 닿지도 못하는 취약계층 등을 위해 무엇을 하겠냐고 묻는 시민들의 외침에 대한 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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