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한 기업의 공급망에서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가 그 기업의 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당해 기업뿐 아니라 공급망 기업들의 ESG 성과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대목에서 한번쯤은 짚어 볼 만한 질문이다. 지난 8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에 따르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로 나타났다. 즉 공급망 기업의 ESG 실행에 관심을 가진 기업은 사회적으로도 이득이 될 뿐 아니라 그 기업과 투자자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WSJ에 따르면, 공급망 기업의 ESG 수익은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창출된다. 첫째, 공급망의 안정성에 따른 수익이다.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따라 재고를 최적화하고 고객 수요에 효율적으로 응대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책임 있는 구매 정책에 따른 수익이다. ESG 성과가 높은 공급망 기업으로 인해 기업의 브랜드·평판 훼손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최근 두드러진 의식 있는 고객·투자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셋째, 윤리적 조달에 따른 부수적 수익이다. 각종 규제위험을 방지하고 혹시 야기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환경이슈인데, 이 중 가장 큰 부분이 공급망의 배출을 포함하는 '스코프3' 배출량이다. 유럽에서는 한 대형 제조기업의 칩 공급업체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는 사실이 공개되어 고객들이 해당 대형기업의 제품구매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러다 보니 공급망 정책에서 ESG 관련 부정적 이슈가 적은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협업해 나가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및 경제적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선도적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펩시코(PepsiCo)다. 펩시코는 무려 10만여 개 이상의 공급업체를 갖고 있는데,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절감을 위해 '3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첫 번째가 '기대치'(Expectation) 형성으로, 장기적 거래형성에 배출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공급망 기업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일관된 기대치를 형성하는 데 역점을 둔다. 둘째는 '경제성 분석'(Economics)으로, 사전에 형성된 기대치를 토대로 경제적 및 사회적 이득과 이들 간 상충관계를 명확히 소통하고 이해시킨다. 셋째, '활성화 방안'(Enablement)을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급업체에 도움이 되는 지침 및 편의를 제공한다. 예컨대 공급업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넷제로 전략에 대한 안내프로그램이나 각 업체의 상황별에 따른 다양한 배출감축 옵션 설명자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서 펩시코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2015년 세운 목표보다 무려 20~40% 이상 늘린다는 지속가능성 공약을 야심 차게 내세웠다고 한다. 이렇듯, 넷제로를 위한 지속가능성 노력은 이제 우리 한 기업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공급망 업체들의 지속가능성까지 감안하는 '더 큰 우리' 차원의 경영전략으로 심화 발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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