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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한다, 엄마 선수

입력
2023.10.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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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엄마 골퍼' 박주영이 아들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1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엄마 골퍼' 박주영이 아들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기계체조 선수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전성기다. 그런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48세의 나이로 출전한 선수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비티나다.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둔 게 아니다. 8명만 진출하는 여자 도마 결선에 당당히 올랐다. 가장 나이가 어린 루시아 마리 만사노(필리핀)와는 31세 차이다.

□ 그가 주목받은 건 단순히 고령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한때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국적까지 바꿔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모국인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로 뛰던 2006년 아들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독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독일에 은메달을 안겨준 뒤 “아들이 나을 때까지 늙을 수 없다”는 발언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 대회에서 비록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은 ‘치우 마(엄마 추소비티나)’를 외치며 응원했다.

□ 국내에선 추석 연휴 KLPGA 박주영 선수의 첫 우승 소식이 전해졌다. 데뷔 14년 동안 279번째 도전만에 일군 생애 첫 우승이다. 그동안 5차례 준우승만 있었다. 그의 우승이 더욱 값진 건 출산 후 복귀 5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여서다. 작년에 아이를 낳고 1년가량 골프를 쉬었다. KLPGA 투어에서 ‘엄마 골퍼’의 우승은 김순희, 안시현, 홍진주에 이어 네 번째다. 박주영은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의 훈련 공백과 몸의 변화가 큰 핸디캡이었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 아시아 국적으로는 최초로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바 있는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 5월 출산을 앞두고 우려가 쏟아지자 “아이가 생기고 성적 떨어진 남성 선수나 걱정하라”고 일갈했다. 실제 노르웨이의 요룬 순고트보르겐 교수(스포츠과학대)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출산 후 경기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기량 저하보다 이들이 더 힘들어하는 건 육아다. 대회 1라운드에 육아를 위해 집을 오가야 했던 박주영은 “KLPGA투어도 대회장에 탁아소를 마련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미국 LPGA투어는 탁아소 운영이 보편적이고, 일본 JLPGA투어도 지난해부터 탁아소 운영 대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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