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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1급 공무원' 나왔는데... '유리 천장' 뒷말 나오는 까닭

입력
2023.10.03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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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김경희 국장 1급 임명
본부 아닌 타 기관서 공직 말년
여성 지도부, 기재부선 전무

김경희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기획재정부 제공

김경희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조직 내 여성 관료 중 최선임인 김경희 개발금융국장을 지난달 17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으로 뽑은 걸 놓고 '뒷말'이 나온다. 얼핏 보기엔 의미 있는 인사다. 기재부 여성 관료 가운데 직업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인 1급(실장급)에 앉은 건 김 단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진입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 천장'을 확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 단장이 몸담았던 기재부 본부 1급도 아닌 데다, 실세 기관과는 거리가 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공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경제 정책 자문을 표방하고 있으나 권한은 사실상 없다.

행정고시 37회인 김 단장은 1994년 기재부 전신인 옛 경제기획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남성 일색이었던 경제 관료 사회에서 그는 수년간 홍일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 인사·승진 시기마다 '최초의 여성'이란 수식어가 뒤따랐다. 기재부 내 첫 여성 서기관, 여성 과장, 여성 국장, 여성 1급 이런 식이었다.

최초의 여성 타이틀이 더욱 부각됐던 건 그만큼 기재부가 '남초 조직'이었다는 방증이다. 기재부는 다른 부처보다 업무 강도가 세고 남성 중심적인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하는 일이 잦아 여성 공무원이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뉴스1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뉴스1

김 단장은 기재부에서 실력으로 생존했다. 그는 과거 기재부 내에서도 남성이 많다는 세제실에서 조세분석과장, 재산세과장 등 주요 실무 보직을 거쳤다. 세제실처럼 여성 관료가 드문 기재부 예산실에서도 국장을 역임했다. 예산실 최초의 여성 보직 국장이었다.

이번 인사를 아쉬워하는 쪽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김 단장이 기재부 본부 내 7개인 1급 중 하나를 달 수 있는 자질을 갖췄지만 결국 유리 천장에 막혔다는 불만이다. 김 단장도 기재부 본부 1급을 노렸으나 지난달 초 1급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의 이동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여성 고위직을 이미 배출한 다른 부처 사례 역시 기재부와 비교되는 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석열 정부의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각각 통상, 외교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부처 지도부에 올랐다.

물론 김 단장 후배 기수로 내려올수록 여성 관료가 많아져 유리 천장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기재부에서 고위직에 가까운 여성 관료는 장문선(행시 39회) 기획정책담당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파견된 오은실(행시 41회) 국장 등이 있다.

한 기재부 관료는 "기재부는 본부 국장을 맡더라도 두 번 이상 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재부가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쓰긴 하나 업무, 양육을 동시에 했던 선배 여성 관료를 배려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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