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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코로 측정한 검사 결과 어떻게 믿나"... 악취 판정, 더 객관적이고 정교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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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전북 익산시에서 돼지 약 1,700마리를 기르는 A씨는 2021년 9월 익산시장을 상대로 '악취 방지를 위한 개선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익산시는 같은 해 5월 A씨 농장에 대한 악취 검사를 실시했는데, 기준치의 2배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익산시는 '3개월 내로 악취배출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도록 조치하라'는 개선명령을 내렸지만, A씨가 이에 불복한 것이다.
A씨는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이 익산시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악취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료 채취자가 농장의 악취분포상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이웃 닭농장의 악취나 꽃이나 낙엽의 썩은 냄새가 섞여 들어왔을 수 있으며 △시료 채취에 사용된 주머니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외부 전문업체에 악취 측정을 의뢰했을 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A씨는 "보건환경연구원 검사는 사람이 직접 냄새를 맡아 측정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없었으며, 검사 방법 역시 충분히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김씨처럼 악취 문제가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는 사례를 분석했다. 대법원 판결문 온라인 열람을 통해 7월 기준 악취방지법 관련 1심 판결문 중 행정소송(45건), 민사소송(19건), 형사소송(8건) 등 72건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45건의 행정소송 중 A씨 사례와 유사하게 지자체장을 상대로 행정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검사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경우가 20건(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나는 악취가 아니라거나, 다른 사업장의 악취가 섞였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8건 있었다. 소송 배경에 검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축사, 퇴비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복합악취(두 가지 물질이 섞여 불쾌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냄새)'는 공기희석관능법1을 통해 시료의 농도가 배출 기준치를 충족시켰는지 판단한다. 그런데 농장주나 사업자들은 이 공기희석관능법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본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고시인 '악취공정시험기준'에 따르면, 건강한 후각을 가진 성인 5명으로 구성된 악취판정원이 사업장의 악취 배출구 또는 부지 경계선에서 채취한 시료의 냄새를 맡아 악취를 검사하는 방식(제주악취관리센터 자료 영상 참고)이다. 원고들은 시료 채취 과정에 하자가 있거나 기기 아닌 사람의 후각에 의존한 판정 방식이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대체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람이 느끼는 실제의 불쾌감 또는 세기를 측정하여 오염의 성격 및 민원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가 시료 채취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경우도 있었다. 폐기물처리업자인 B씨는 2020년 7월 용인시장을 상대로 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무원이 시료를 두 번 채취하는 과정에서 같은 시료 주머니를 썼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2차 시료 채취 전 시료 주머니의 무취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선 검사를 근거로 사용중지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처분이 내려질 경우 생업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더 객관화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절차가 더 정교해지고 신뢰도가 높아져야 불복 소송도 줄어들 거란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강명수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사무국장은 "공기희석관능법과 기기분석법2을 병행해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단속하거나, 2개 이상의 시료를 채취해 복수의 분석기관에 의뢰를 하는 등 검사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취 관련 민사소송에는 축산농장의 악취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거나, 가축분뇨가 흘러드는 저수지 악취로 인근 아파트 시가가 하락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법원은 대체로 악취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행위를 단정할 수는 없고, 악취로 인한 피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악취검사기관의 악취공정시험, 감정인의 감정 결과 등을 따져 불법 행위 여부를 판단했다. 악취를 발생시키는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한 경우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악취 배출이 불법 행위로 인정될 만큼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데다, 악취와 피해 간 인과관계가 뚜렷하다고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밭을 운영했던 C씨는 2013년 12월 오미자밭에서 불과 30여m 거리에 있는 양계농장의 악취 탓에 나무가 고사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오미자밭에 악취물질이 유입되면 쉽게 희석되기 곤란한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고, 특히 장마철 등에는 악취물질이 밭에 더 장시간 머무르면서 환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 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 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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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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