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처럼 뇌혈관 피어오르는' 모야모야병, 뇌출혈 발생 원인 밝혀져

입력
2023.09.30 09:42
수정
2023.09.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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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연구팀, '후방 모야모야 혈관 파열' 원인 규명

희소 난치병인 모야모야병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모습의 이상 혈관이 나타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희소 난치병인 모야모야병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모습의 이상 혈관이 나타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속의 특정 혈관(내경 동맥 끝 부분)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불충분한 혈류를 보완하기 위해 바깥목 동맥으로부터 대체 혈관이 발달하는데 이들 혈관은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랗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가느다란 뇌 속 혈관들의 모습이 연기처럼 보여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일본 스즈키 교수가 명명)란 이름이 붙여졌다.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에서 10만 명당 1.7~2.3명에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가족력을 동반할 때가 많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1.8배 많이 발생한다. 모야모야병은 2016년 이 병을 앓던 여대생이 강도를 피하려다 혼수 상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환자는 일과성 뇌허혈증과 뇌경색 등으로 이어지는 반면, 성인 환자는 50% 이상이 의식 상실, 반신 마비 등을 동반한 뇌출혈이 발생한다.

새로 생긴 혈관이 비정상적이어서 모야모야병 환자는 뇌출혈이 생기기 쉬운데, 유지욱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진 ‘후방 모야모야 혈관 파열’의 위험 인자를 연구했다. 후방 모야모야 혈관은 지름은 1.0㎜ 정도로 미세한 혈관이다.

유지욱 교수팀은 성인 모야모야 환자의 76개 대뇌 반구 영상 자료(MRI, CT 등)를 대상으로 했으며, 혈관벽 자기공명영상(vessel wall MRI) 촬영으로 혈관벽 파열군과 비파열군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후방 모야모야 혈관이 큰 단면적을 가졌거나 △후방 모야모야 혈관이 단독으로 있으면 파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유지욱 교수는 “희소 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의 임상 증상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구분되는데 뇌출혈은 의식 저하를 포함해 매우 치명적이지만 위험도는 덜 알려진 상태”라며 “이번 연구로 위험한 후방 모야모야 혈관이 관찰되는 모야모야병 환자는 뇌출혈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외과학회지 ‘Journal of Neurosurger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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