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에 "구치소서 받은 편지 내용 알리겠다" 협박해 10억 갈취하려던 일당

'대장동·옵티머스' 수형자에 편지 폭로 협박
정치권 등 폭로 입막음 대가 이더리움 요구
법원, 공갈미수 혐의로 주범에 징역1년 선고
협박 가담 공범은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7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수감 중이던 김씨 등이 가족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1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로채려던 일당에게 유죄 판단을 내렸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수감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세간의 관심이 큰 피고인들이 가족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알아내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빼앗으려던 일당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한모(36)씨에게 징역 1년, 공범 이모(28)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한씨 등은 2021년 9, 10월 사기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었다. 당시 같은 구치소에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5,000억 원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켜 투자자 수천 명에게 피해를 끼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김재현 전 대표가 수형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8월 김씨 등이 가족이나 친지 등으로부터 받은 서신 내용을 알게 됐다. 편지를 보낸 사람의 신상정보나 최근 병력, 해외여행 스케줄 등이었다.

한씨는 ‘이들의 친지 등을 밀착 감시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협박 편지를 작성했다. 편지에는 피해자 모임이나 정치권에 은닉한 자금 정보와 가족 신상정보를 보낼지 고민 중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가 오픈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이더리움 400개(10억 원 상당)를 보내라”는 협박도 포함됐다. 이더리움은 시가 총액 2위 가상자산이다.

한씨는 협박 편지를 가석방 결정을 받고 풀려나는 이씨에게 전달해 출소 후 수용자에게 보내는 인터넷 서신 작성 기능을 통해 김씨 등 세 명에게 한 통씩 보내도록 했다. 다만, 김씨 등이 이에 응하지 않아 실제 돈을 뜯어내진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치소 수감 중 범행을 공모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며 김만배ㆍ남욱씨가 이씨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