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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징병제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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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야구 커뮤니티에서 증오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솔직히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보다 보면 속이 답답하고 고뇌를 차오르게 하는 속성이 있지만, 이번에 사람들이 두고 싸운 주제는 조금 색다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심판 판정 시비나 누가 제일 뛰어난 외야수인가를 두고 싸우는 대신에,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로 누구를 보낼 것이냐를 두고 싸웠다.
팀의 선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되는 것은 개인에게나 팀에나 팬에게나 큰 영광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속사정은 그렇게 매끈하지만은 않다. 이번에 KBO는 아시안게임 시즌 동안 리그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팀의 주축이 되는 젊은 선수가 차출되면 그만큼 전력에 누수가 생긴다. 시즌 중이 아닌 때에 열린 대회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도 꼭 달가운 일은 아니다. 국가대표로 나가서 부상을 입는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팀의 선수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군면제가 달려 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여느 때처럼 응원하는 선수가 경기에서 뛸 수 있으니까.
선수들에게도, 아니 선수들에야말로 이는 엄중한 문제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20대의 2년은 소중하지만, 몸이 말 그대로 재산인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인간의 신체적 전성기인 20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국가 대표팀에서도 팀당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를 3명씩 뽑는 규칙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차출이 100% 공정하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갈등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는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엘리트 체육에 종사하는 선수들에게 20대는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20대 징병이라는 규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20대에 2년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쁜 일이지만, 운동선수들에게는 특히 그 비용이 크다.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 나이 든 이후에 좀 더 긴 병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준다거나 할 수는 없을까?
물론 당장에 여러 한계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로스포츠는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고, 은퇴할 정도로 나이를 먹은 운동선수는 몸 어딘가가 망가져 있기 마련이다. 은퇴 후에 긴 병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압박이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또, 병영에서도 나이가 특히 많은 병사를 관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곧바로 실현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으나, 그래도 이런 고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존과 국가의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채택하고 있다지만, 징병제가 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이로 인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제도로 인해 생기는 비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궁리해봐야 한다.
물론 완벽히 공정하며 또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 제도라는 이상에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상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징병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다각적으로 수렴되어, 사람들이 더 공정하게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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