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

입력
2023.10.04 04:30
수정
2023.10.04 09:41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경남 고성군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의 모습. 여러 개체가 한 사육장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책임지기 어려운 동물들이 곳곳에 넘쳐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동그람이

경남 고성군이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의 모습. 여러 개체가 한 사육장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책임지기 어려운 동물들이 곳곳에 넘쳐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동그람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격히 늘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개를 키우는 가구가 313만 호였다. 관계부처에서 설문 조사한 수(가구의 약 25.4%, 약 550만 가구)에는 못 미치지만 적지 않은 수다.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수에 맞춰 책임 있는 보호자에 대한 요구가 높다.

보호자는 동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복지를 보장하고 동물을 방치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을 책임을 진다. 이런 책임은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목줄을 매고, 산책 시 배변을 잘 치우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이들이 이처럼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이러한 책임 안에서 동물은 인간에게 “의미 있는 타자”가 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최근에는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인간 사회의 동물에게 일종의 제한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까지도 고려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반려동물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적어도 동물보호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민은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적정하게 보호할 책임을 진다. 늘어나는 반려동물이 어떻게 생겨나고, 얼마나 잘 키워지고,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 시작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생산’되고 ‘판매’된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2022)에 따르면 지인이나 펫 숍, 개인 브리더,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반려동물이 약 40%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동물생산업은 현재 지자체장 허가를 받아야 개업할 수 있는데 허가제로만 동물생산 과정의 동물을 보호하기엔 부족하다. 9월 초 경기도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1,400여 마리의 어미개와 강아지가 구출되었다. 이른바 투자자인 브리더들을 대신해 개를 번식시켜 주는 이 번식장은 허가된 것보다 3배 많은 개들을 밀집사육하고 무허가 진료나 수술을 하는 등 동물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개 사체 1,200구가 발견된 양평의 한 집주인은 번식장에서 돈을 받고 데려온 개를 굶겨서 죽이는 방식으로 ‘폐기’ 처리했다.

정부는 반려동물 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하고 그 규모를 2027년까지 15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려동물 산업이 동물을 ‘싸고 생산성 있게’ 만들어 내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치스러운 고가의 반려동물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산업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산업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투영하는 산업이어야 한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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