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국군의날 시가행진, 대통령 위한 행사"

입력
2023.09.27 13:25
수정
2023.09.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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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26일 CBS라디오 인터뷰
"비 오는 날 군 자산 과시 불필요"
"행사 주인공은 대통령 아닌 국군"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군의날을 기념해 10년 만에 도심에서 열린 시가행진에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과시용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군이 주인공이어야 했을 행진이 "대통령을 위한 행사 같은 느낌"으로 전락했다고도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퍼레이드 자체가 일종의 과시 용도이기 때문에 참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병식 등 행사를) 자주 하는 북한은 겁먹은 사람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듯 '쫄아서' 그런 것"이라며 "북한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효한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숭례문과 광화문광장을 잇는 도로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대규모로 26일 진행됐다. 이날 병력 4,000여 명, 장비 170여 대가 동원됐고 현무 미사일·장거리지대공미사일·무인기 등 최신 장비들이 공개됐다. 미 8군 주한미군 전투부대원 등 300여 명도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참가했다. 대통령실은 현직 대통령이 시가행진에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시가행진 기념사에서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하며 군 자산의 위용을 과시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딱 북한식 사고방식"이라며 "비 오는 날 전략 자산을 끌고 나와야 할 정도로 북한이 우리 자산의 존재를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 맞은 장비를 전부 닦고 말려야 할 텐데 그 정비 과정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이 주인공인 듯한 행사 진행이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군의날 열병식도 대통령이 마지막 퍼레이드를 끝낸 장병들 사이로 들어가 짧게 한마디 하고 박수갈채받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걸 봤다"며 "국군의날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군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국군의날 행사와도 비교했다. 탁 전 비서관은 "당시 (마지막 국군의날) 행사는 군인들이 실제 작전 수행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고, 이 기회에 군 자산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병사들에게도 도움이 됐었다"며 "그런 경험이 중요하지 저렇게 비 맞고 퍼레이드 하는 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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